삼풍때와 같은 공법… 아파트 시공 부실 관행도 그대로

정순우 기자 2023. 8. 2.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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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절감·공기 단축 내세우다
무량판 아파트 엉터리로 시공
尹대통령 “이권 카르텔 부숴야”
1일 무량판 구조로 건설된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붕괴에 대비해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돼 있다./뉴스1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정부가 같은 건축 방식(무량판)으로 시공한 전국 민간 아파트 300여 곳 지하 주차장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LH 아파트는 물론, 민간 아파트 주민들도 “우리 주차장은 안전하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무량판 구조는 대들보 없이 기둥만으로 천장을 떠받드는 건축 방식이다. 제대로 시공한다면, 공법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자재 사용을 줄이고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어 효율적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다만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공사 관행과 ‘무조건 더 싸게’를 강요하는 비용 절감, 외국인 일색인 근로자 등 국내 건설 현장의 특성상 무량판 공법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량판 구조는 1995년 불법 증축으로 무너진 삼풍백화점에 적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에선 극소수 주상 복합을 제외하곤 거의 쓰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0년대 후반 들어 건설 원가 절감이 중요해지면서 지하 주차장을 중심으로 다시 적용되기 시작했다. 층간 소음이 작다는 이유로 일부 아파트에도 사용됐다.

무량판 구조는 기둥으로만 하중을 견디는 특성상 설계와 시공, 감리가 모두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야 부실시공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 시장은 발주처와 시공사, 감리사가 이권으로 엮여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토부 조사에서 철근 누락으로 적발된 LH 아파트 15곳 모두 감리가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 특히 15단지 중 2~3곳의 감리 업무가 특정 기업에 몰렸는데, 이곳에는 이른바 ‘엘피아’라는 LH 출신이 고위직으로 가 있는 사례도 많았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초빙교수는 “설계, 시공, 감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무량판 구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건설 현장을 장악한 이권 카르텔과 밀어붙이기식 시공 관행이 사고를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1일 국무회의에서 LH 아파트들의 무더기 ‘철근 누락’과 관련해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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