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년 전 ‘삼풍백화점’이 그대로, 한국 건설의 질긴 악습과 인습
LH 발주 아파트 철근 누락 전수 조사에서 아예 다른 층 도면을 보고 짓거나 기본적인 하중 계산도 하지 않는 등 우리 건설 현장의 민얼굴이 드러났다. 조사 대상인 무량구조 공법 아파트는 보가 없어 기둥 주변의 철근 보강 공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처럼 천장이 무너져 내린다. 안전의 핵심인 전단 보강근이 아예 설계에서 누락되고, 현장 근로자가 도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해 엉뚱한 곳에 배근을 한 아파트에 주민이 입주했다. 정부가 LH 이외에 무량판 구조를 도입한 민간 아파트 293곳을 추가 조사하면, 부실 시공된 아파트가 더 드러날 것이다. 부실 국내 아파트 현장을 보면 우리가 과연 해외 건설 세계 5위가 맞나 싶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무량판 구조는 28년 전 건물이 무너져 1500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에도 사용된 공법이다. 설계상으로는 기둥과 슬래브 사이에 하중을 전달하는 지판이 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지판 두께가 얇거나 아예 없어 무리한 구조 변경과 함께 백화점 붕괴의 원인이 됐다. 당시에는 지판을 빼먹었다면, 현재는 철근을 누락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지난해 6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부실한 콘크리트 품질과 타설 도중 가설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그동안 아파트 건설 기술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부실 공사를 초래하는 잘못된 관행은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LH의 사후 대응에서도 안전불감증이 드러났다. 철근이 누락돼 언제든 지붕이 내려앉을 수 있는데, 일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선 주민을 통제하지 않고, ‘도색 보수’라고 위장한 채 천막을 치고 보강 공사를 벌였다. 안전에 문제가 있어 보강 공사를 하는 것인데 주민을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안전불감증에 혀를 차게 된다. LH 측은 철근 누락 아파트의 시멘트 강도에는 문제가 없어 전면 재시공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강도를 측정할 때 사용한 비파괴 검사 데이터를 모두 공개해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는 우리 건설 현장의 설계·시공·감리 문제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건축설계와 구조설계가 밀접하게 공동으로 이뤄지지 않거나 구조설계 업체의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 10명 중 5~6명은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지는 공사 현장엔 숙련도와 소통능력이 떨어져 지시 사항이 잘 이행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영세한 감리업체가 발주처와 시공사에 끌려다녀 문제점이 발견돼도 재시공이나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현실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공 건설사가 설계 감별 능력을 키우고, 모듈화 공법을 발전시켜 공사 현장 표준화를 앞당기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건설 현장의 적당주의, 나태와 태만, 안전불감증, 비리 등 수십년 인습과 악습이 사라지지 않는 한 모든 조치가 소용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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