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현실화된 ROTC 미달, 병사들 표만 챙길 때 아니다
육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학군장교(ROTC) 지원자가 부족해 후보생을 추가 모집하기로 했다. 모집 기간을 늘려도 지원자가 부족했다고 한다. 병사에 비해 긴 복무 기간, ‘병사 월급 200만원’ 정책,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ROTC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ROTC 경쟁률은 해마다 떨어져 올해 사상 최저(1.6대1)를 기록했다. 2014년 6.1대1에 비하면 4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총 5000명의 지원자 중 필기시험과 신체검사, 면접 과정에서 탈락자를 감안하면 실제 선발 인원은 정원에 비해 140명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수도권 대학의 ROTC는 정원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미 문 닫은 학군단도 있다. 선발된 후에도 중도 포기하고 일반 병으로 입대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추세라면 1~2년 안에 지원자 수가 정원에도 미달할 것이라고 한다.
ROTC는 전체 초급 장교의 70%를 차지한다. ROTC 지원자가 없으면 필요한 초급 장교를 채울 수가 없다. 학사장교나 사관학교도 지원율이 크게 떨어졌다. 부사관 지원도 줄어 중사는 3000명, 하사는 8000명이 부족하다. 초급 장교와 부사관은 군의 핵심 중추다. 이들이 없으면 이지스함도 전투기도 잠수함도 움직일 수 없다. 장교, 부사관의 사기가 떨어진 부대는 오합지졸이다.
대학생들은 “병사에 비해 복무 기간은 10개월 길고 월급은 비슷해지는데 뭐하러 장교로 가겠느냐”고 말한다. 역대 정부의 복무 기간 단축 정책으로 일반병은 18개월로 줄어든 반면 ROTC는 55년 째 28개월이다. 정부의 ‘병사 월급 200만원’ 정책에 따라 2025년엔 장교나 병사 월급이 차이가 없어진다. 근무 여건은 열악한데 당직 수당은 경찰·소방관의 5분의 1 수준이다. 제대로 된 숙소도 없이 가건물에서 생활한다. 이러니 누가 장교로 근무하려 하겠나.
군은 당직 수당과 단기복무 장려금 인상을 약속했다가 지키지 못해 불신만 자초했다. ROTC 복무 기간 단축은 포퓰리즘의 부작용을 포퓰리즘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숫자 많은 병사 표심만 살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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