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亞太 5자 안보협력체 창설, 한국이 선도적 검토를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前 외교부 북핵대사 2023. 8. 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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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O의 한·일·호주·뉴질랜드 초대
아시아·태평양 외연 확대 의지
독일도 18년 친중 정책 결별 선언
“중국에 항거하는 태평양과 협력”
중·러의 진영 결집 맞서
유럽·아태의 美 동맹 연결 움직임
한국 정부, 적극 검토할 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AP4) 정상회동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앨버니지 호주 총리, 윤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 /뉴시스

냉전 시대에 소련의 서유럽 침공을 막고자 결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최근 보여주는 변화의 행보가 인상적이다. 이는 다분히 나토가 러시아의 도전에 응전하는 과정에서 유발된 피동적 행보다. 러시아는 나토의 팽창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했으나, 오히려 나토의 급속한 재무장을 초래했고, 70년 중립국이던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합류를 촉발했으며, 친러시아와 반러시아로 분열됐던 유럽을 반러시아 전선에 결집시켰다. 나토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러시아와 인도양을 건너뛰어 멀리 아·태 지역까지 동진하는 광폭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은 다분히 유럽의 문제였고, 동아시아의 미·중 패권 경쟁은 주로 인도·태평양에 국한된 문제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자유 민주 진영과 중국·러시아 진영의 결집이 세계 각지에서 이루어짐에 따라, 유럽과 인도·태평양 사이의 지리적 경계는 허물어지고 진영 대립 체제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간 유럽 대륙에 안주해 온 나토도 지리적 경계를 뛰어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관심과 협력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나토 정상 회의가 채택한 ‘전략 개념’ 문서는 중국을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명기함으로써 동아시아의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고, 유럽의 가장 대표적 친중 국가였던 독일은 지난달 발표한 ‘대중국 전략’에서 과거 18년에 걸친 친중 정책과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중국의 패권 추구에 항거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안보‧군사 협력 확대” 방침을 천명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지난달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나토와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사이의 안보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작년과 금년 나토 정상 회의에 아·태 지역 파트너국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이 초청된 것은 이러한 나토의 외연 확대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 파트너 4국이 금년도 나토 정상 회의에 나토 회원 31국과 함께 참석한 광경은 대단히 시사적이었다. 이들은 국제사회에서 자유 민주 진영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 안보 분야 재산 목록의 대부분이기도 하다. 이들 중 11국이 6·25전쟁에 파병해 우리와 함께 싸웠고, 향후 한반도나 대만에서 전쟁이 재발하면 제일 먼저 지원에 나설 나라도 바로 이들이다. 그 반대 진영 국가들은 주로 상해협력기구(SCO) 주변에 모여 있는데, 중국,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벨라루스 등이다. 그 그룹을 대표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주 평양에서 개최된 6·25전쟁 전승 기념 열병식에 고위 대표단을 파견해 그들 공동의 ‘승전’을 축하했다. 70년이 흘렀지만, 한반도의 군사적 역학 관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미국은 이들의 군사적 위협에 대항해 유럽과 아·태 지역에서 별개의 동맹 체제를 운영 중인데, 신냉전 체제의 도래와 더불어 두 지역 동맹 체제를 상호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다. 작년 이래 아·태 지역 파트너 4국의 나토 정상 회의 참석으로 나토의 동진과 아·태 동맹 체제의 서진은 이미 시작되었다. 자유 민주 진영의 범세계적 방어 체제를 완성하려면 궁극적으로 미국과 아·태 4국 간 개별 동맹 체제의 토대 위에서 이들을 하나로 묶는 광역 안보 협력체를 형성해 나토와 횡적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이 오랜 앙숙인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 등을 나토 지붕 아래 하나로 묶었듯이, 아·태 지역의 불편한 이웃인 한국‧일본, 호주‧뉴질랜드를 미국과의 5자 안보 협력체로 묶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 4국은 나토 정상 회의를 계기로 이미 두 차례나 4자 정상회담을 개최한 바도 있다.

이 같은 5자 안보 협력체는 국내 정치적 변화에 따른 대외 관계 격변이 유난히 심한 한국에 매우 안정적인 안보 협력의 틀이 될 수 있다. 과거 한일 관계가 어려울 때마다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은 중단되기 일쑤였지만, 림팩 훈련 같은 다국적 군사 협력은 거의 중단 없이 지속되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내 정치 변화에 취약한 한·미·일 3자 협력체와는 달리, 5자 안보 협력체를 통해 국내 정치 변화에 따른 우리 안보 외교의 불연속성을 최소화할 수 있고 그 틀 안에서 한일 협력의 안정적 발전도 기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해 한국 정부가 인·태 전략 차원에서 5자 안보 협력체 창설을 선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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