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우리가 몰랐던 지역의 잠재력과 성장성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코리아스타트업포럼 동남권협의회장 2023. 8.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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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지역 기업 간 커뮤니티 성과
동남권 글로벌 플랫폼 구축, ‘유니콘’ 성공사례 등장하길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코리아스타트업포럼 동남권협의회장

요즘 부산은 2030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글로벌 행사로 활기차고 시끌벅적하다. 외국인들도 많이 보여 글로벌 도시가 된 듯하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사업 또한 부산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고객사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향토기업의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이 훌륭한데도 무조건 서울 찬양을 하는 것 같이 사업 초기엔 서글프게 느껴졌다.

지역 격차, 청년 이탈 등 지역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상공회의소 중 부산상공회의소가 최초로 3년 전부터 스타트업 지원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지원을 해주고 있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빠르게 실행해 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규제에 발목을 잡히곤 했다. 이에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가 기업의 애로 해소와 규제 샌드박스를 위한 전담 창구인 ‘원스톱지원센터’를 개소해 실질적인 해결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세계 4대 스타트업 페스티벌 중 하나인 ‘슬러시’에서 파생된 스핀오프 행사 ‘슬러시드’에 글로벌 투자자와 다른 지자체 관계자들이 어떻게 민간 주도로 행사가 진행이 되는지 보기 위해 부산으로 몰려왔다. 슬러시는 매년 겨울 핀란드에서 개최되는데 행사 기간 스타트업 관계자와 투자자가 2만여 명 참가해 혁신 아이디어를 나누고 교류한다. 이 행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영국 금융가가 위축되고 핀란드 최대 기업 노키아가 몰락해 취업할 곳이 없어진 알토대 학생들이 스타트업 창업자 커뮤니티 ‘Aaltoes(알토이에스)’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슬러시드가 개최된 것은 처음이다. 부산은 전 세계 30여 개 도시가 경쟁해 선정됐으며 이번 행사 주제는 ‘도시문제 해결’이었다. 특히 기획 후원 진행 등에서 모두 민간 주도로 이뤄졌으며 선배 기업과 후배 스타트업들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주제로 번아웃 극복, 시행착오 극복 등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시도해 큰 연대를 느꼈다.

내가 동남권협의회장으로 활동 중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부산을 슬러시드 개최지로 지원했고 선정됐다. 동남권협의회는 코스포의 유일한 지역협의회로 300개 이상 회원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원사 간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부산에서 창업가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전국 스타트업들이 한데 모이는 교류의 장도 열리고 있다. 슬러시드 개최는 지역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활동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부산이 가진 창업 도시로서의 경쟁력도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슬러시드는 지역이 가진 스타트업 이슈를 논의하고 글로벌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기 때문에 부산 스타트업의 혁신성과 글로벌 진출 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본다.

부산 슬러시드 행사를 통해 코스포 동남권협의회가 세계 수준의 로컬 스타트업 커뮤니티로 의미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소개하고 나아가 부울경이 포함된 동남권을 글로벌 생태계와 국내 생태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지역 스타트업은 뛰어난 혁신 역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쏠림 현상에 투자 혹한기까지 겹쳐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데, 부산 슬러시드를 통해 지역 스타트업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혁신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우승팀 2팀에는 상금뿐만 아니라 핀란드에서 열리는 슬러시 본 행사 참석 입장권과 관련 경비도 지원해 사업 성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울 예정이다. 이밖에 다양한 기업 홍보와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 등 혜택을 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슬러시드에 참석했던 글로벌 투자자도 부산에 좋은 기업들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얘기하며 지역 스타트업들에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내가 창업한 2018년에 비해 많은 지원이 생겨났는데 물론 브이드림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시장과 자본, 인재 채용 때문에 서울 지사를 내야 했고 본사를 옮겨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부산 스타트업 환경을 보면 코스포 동남권협의회를 통해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모이니 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지역 언론도 많은 관심을 쏟고 스타트업 내에서도 협업을 통해 매출증대가 활발하게 이뤄져 요즘 부산의 창업생태계에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어떤 일을 도모하는 데 서로 힘을 합쳐 추진하니 효과가 좋고 연대의 힘을 느낀다. 또한 산업은행이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만드는 등 지역 창업 생태계에도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선·후배 기업의 연대, 지·산·학과 민관의 협력 등을 통해 수도권 쏠림 현상을 바로 잡고 지역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공 사례를 함께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부산도 잠재력과 성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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