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취급 아프리카-남태평양國, 안보-자원 요충지로 몸값 쑥

이청아 기자 2023. 8.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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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 니제르에 쿠데타 일어났지만
美, 러 견제-軍 잔류 위해 말 아껴
中은 우라늄 협상 불똥 튈까 우려
남태평양 국가 두고도 구애 경쟁
미국은 니제르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부르지 못한다.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시도(attempt)’라고 에둘러 말할 뿐이다. 쿠데타로 규정하면 아프리카 내 러시아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핵심 거점국에서 군대를 빼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니제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중국우라늄공사는 현재 군부에 구금된 무함마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과 6월 27일 니제르 정부가 대주주인 우라늄 채굴 회사 소미나(SOMINA)의 인수 조건을 논의했다. 자칫 협상이 어그러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서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에서 발발한 군부 쿠데타에 세계 주요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변방’ 취급을 받았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과 남태평양 도서국들이 풍부한 자원과 안보 요충지로서 전략적 가치에 ‘몸값’이 뛰고 있다.

● 니제르에 쏠린 주요국의 시선

니제르 쿠데타를 주도한 압두라하마네 티시아니 대통령경호실장은 지난달 바줌 대통령을 억류하고 스스로 국가원수를 천명한 뒤 계엄령을 선포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니제르는 1960년 독립했지만 여전히 프랑스의 영향력이 일부 남아있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친서방’과 ‘반(反)서방’으로 분열된 채 쿠데타가 반복됐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으로 니제르 쿠데타에 대한 관심도 달라졌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해야 하는 데다 자원 확보도 절실해진 것이다.

서방 진영은 일제히 쿠데타를 규탄하고 나섰다. 니제르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이슬람 무장세력을 상대로 한 대(對)테러 작전을 위해 군대를 파병하는 등 요충지로 활용해 왔다. 니제르와 서쪽으로 국경을 접한 말리, 부르키나파소에서도 친러시아 쿠데타 세력이 정권을 잡자 러시아 견제를 위한 보루로서 니제르의 지정학적 가치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었다.

니제르에 매장된 풍부한 자원도 강대국 간 경쟁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니제르는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우라늄의 세계 7대 생산국이다.

미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니제르는 유럽연합(EU)이 우라늄 수입량의 20%를 의존하는 최대 수입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막히는 등 에너지 위기를 겪은 유럽으로선 니제르의 정정 불안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니제르에서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 ‘큰손’인 중국도 2011년 아가뎀 유전에서 원유를 추출한 뒤 꾸준히 이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석유공사와 중국핵공업집단공사가 각각 니제르 석유와 우라늄 산업에 46억 달러(약 5조9200억 원)와 4억8000만 달러(약 6170억 원)를 투자했다.

● ‘몸값’ 뛴 아프리카-남태평양 도서국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 국무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올 3월 니제르를 찾은 것처럼 올 들어 각국 정상을 비롯한 고위급 관료들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과 남태평양 도서국들에 부쩍 ‘구애’하고 있다.

중국은 외교부장(장관)이 매년 첫 출장지로 아프리카를 찾는 전통을 33년째 고수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최근 해임된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1월 에티오피아, 가봉, 앙골라 등을 방문했고, 후임으로 재기용된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케냐 등을 찾았다.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등 남태평양 도서국들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은 중국에는 경제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중심축이면서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하는 발판이다. 반면 미국에는 중국의 태평양 남하를 막는 가상의 군사 방어선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등이 파푸아뉴기니 총리에게 만남을 청했다. 또 중국이 파푸아뉴기니 인근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하자 미국 역시 이달 파푸아뉴기니에 미 해군 함정을 보내기로 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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