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美 도착 후 더 놀란 체감 물가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지난달 17일 도착했을 때 한 개당 23㎏의 무게 한도를 채운 대형 가방만 8개였다. 막막하던 상황에서 짐을 카트로 차까지 가져다 주는 서비스(porter service)가 보여 ‘비용을 내더라도 이 방법뿐이다’라는 생각에 부탁했는데, 큰 패착이었다. 서비스 직원은 달랑 500m 남짓 거리를 옮겨주고 가방 하나당 6달러씩 총 48달러(약 6만원)를 달라고 했다. 뉴욕 특파원 부임을 준비하면서 가장 자주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미국 물가가 많이 높다는데 고생 좀 하겠다’는 것이었다. 출국 전 현지 주택의 렌트 가격 추이를 찾아 볼 수 있었는데, ‘월세’를 코로나 직전보다 10% 이상씩 올린 매물도 상당수 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26일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듯한 국면에서 또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주된 이유도 바로 ‘물가 수준이 아직 높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오래 거주해 현지 물가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닌, 한국에서 거주 또는 여행을 목적으로 미국에 가려는 사람들은 현지 물가를 어떻게 느끼게 될까.
이른바 ‘식탁 물가’를 기준으로 보면 물가가 높은 수준인 것은 맞는다. 예컨대 지난달 25일 찾은 미국 내 베이커리 체인점인 ‘파네라 브레드’는 머핀류의 경우 개당 4.39달러(약 5600원), 크루아상은 4.19달러(약 5400원)에 팔고 있었다. 높은 환율을 감안하더라도 국내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맨해튼 한 유명 베이커리 대표는 “원재료인 밀뿐만 아니라 우유, 치즈류 등의 가격까지 상승해 전반적으로 빵 가격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 농무부나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곡물 가격 상승을 예측하고 있는데, 최근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 협정’까지 중단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다.
고(高)환율 영향도 만만치 않아 가까운 동네 마트 시금치 한 팩은 3.99달러(142g), 콜리플라워는 5.29달러(340g), 원화로 각각 약 5100원, 6800원씩이다. 외식 물가는 더욱 높아 맨해튼의 웬만한 한식당 찌개류는 한 그릇에 16달러(약 2만원) 이상이다. 물론 ‘팁’은 제외한 가격이다. 이른바 ‘실내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식당에 가면 세금에 팁까지 더해져 금방 지갑이 비게 된다.
현지에서는 외식은 되도록 피하고, 신선도를 요구하는 식재료 외 TV 등 나머지는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사서 쓰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 같은 영향 탓인지 3일 실적 발표를 앞둔 아마존은 2분기에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는 예측이 나온다. 물론 체감 물가 수준은 상대적이겠지만, 코로나 이후 전반적으로 달라진 현지 상황에 익숙지 않은 한국인들이 느끼게 될 물가 수준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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