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49] 여자만 대갱이 무침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3. 8.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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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50 막 잡은 대갱이를 건조하는 모습

오래전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남 무안 몽탄장에 대목장이 열렸다. 늘 그렇듯이 어물전부터 둘러보다 검붉은 막대기를 한 다발 묶어 놓은 것을 발견했다. 건어물전에 한약재일 리는 없고 무엇일까 궁금했다. 가까이 가보니 나뭇가지가 아니었다. 크기는 한 뼘 남짓하고 입을 벌린 채 말렸는데 날카로운 이빨이 뚜렷하다.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는데 주인이 ‘대갱이’라며,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이 꼭 사간다고 했다. 어머니 손맛에 길들여진 자식들이 고향 맛을 가져가 자신은 물론 자식들에게도 입맛을 다시게 하는 맛이다. 몽탄은 바닷물이 들어올 때는 우리나라 최상품의 숭어가 잡히는 감탕 펄이 있었다. 대갱이가 자라기 좋은 곳이다. 지금 전남 여수시의 여자만처럼. 그 후로 같은 건어물을 순천아랫장, 벌교장, 염산장 등에서 보곤 했다.

대갱이무침

대갱이는 갯벌에 기대어 사는 농어목 망둑엇과 어류이다. 어류도감에는 ‘개소겡’이라 하지만 여자만 사람들은 ‘대갱이’ 혹은 ‘운구지’라고 한다. 펄갯벌 50여㎝ 깊이에 만든 대여섯 개의 서식 굴에 살며, 작은 갑각류나 조개류를 먹고 산다. 여자만 순천 별량이나 벌교 호동 갯벌에서는 어민들이 그물을 설치해 잡는다. 갯벌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 이사하야만 사가 갯벌에서도 대갱이를 잡는 어민을 보았다.

벌교장에서 만난 대갱이

봄부터 가을까지 여자만 바닷마을에는 빨랫줄에 대갱이를 줄지어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살아 있을 때는 삶은 후 살을 발라 시래기를 넣고 추어탕처럼 끓이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음식은 말려 두었다가 양념과 버무린 ‘대갱이 무침’이다. 북어 대신 방망이로 두들겨서 찢어 구운 다음 양념을 더해 무쳐낸다. 비린내도 없고 북어포보다 고소하고 중독성이 있어 즐겨 먹었다. 도시에서 햄이나 계란말이를 도시락 반찬으로 가져온 친구들도 바꿔 먹자고 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어른들은 양념에 무치지 않고 구워서 술안주로 즐긴다. 대갱이탕이 어른들 보양식이라면 대갱이무침은 아이들 도시락 반찬이었다. 흔하던 대갱이도 점점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다. 국제슬로푸드는 대갱이를 보전해야 할 지역음식으로 ‘맛의 방주’에 등재했다.

갯벌에서 만난 대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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