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입대한 아들에게 쓰던 인터넷 편지
딱 1개월 후? 입대해 기본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돼야만 받을 수 있었던 손편지 발효 기간이었다. 그땐 그랬다. 40년도 더 지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다.
그 시절에는 휴가와 함께 힘겨운 군대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게 바로 손편지였다. 병영에 대한 언급은 철저하게 금지됐다. 군당국의 검열이 철저해서다. 잘못 썼다간 혼쭐이 나던 시절이었다.
필자의 아들이 군대를 갔을 땐 인터넷 편지로 바뀌었다. 육군훈련소 홈페이지나 국군 소통 애플리케이션 등에 접속해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러면 군 간부들로부터 출력물을 전달받는 식으로 아들에게 전해졌다.
이 제도가 처음 시작된 건 지난 2007년이었다. 하루에 한 차례씩 인터넷에 들어가 편지를 쓰다 보면 아들의 얼굴이 모니터에 겹쳐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물론 남친을 군대에 보낸 여성들도 자주 이용했겠다. 아들도 어쩌면 아버지의 인터넷 편지보다는 여친의 편지를 더 기다렸을 터다.
그랬던 인터넷 편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오는 15일부터다. “신병교육대 훈련병들이 휴대전화 사용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게 됨에 따라 인터넷 편지를 출력해 전달하던 것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육군의 최근 정례 브리핑 내용이다. 병무청도 육군·해군·공군·해병대 입영 대상자에게 신병교육기간에도 주말과 공휴일 1시간씩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입영할 때 휴대전화와 충전기 등을 지참하라고 안내했다.
사회와 직접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던 인터넷 편지의 수명이 끝난 셈이다. 다만 해군과 공군은 당장은 인터넷 편지를 없앨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볼펜을 꾹꾹 눌러 쓰는 손편지에선 그리운 이의 체온이 느껴졌다. 인터넷을 통해 받는 편지에도 애틋한 낭만이 배어 있었다. 그런데 세상이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바뀐다는 느낌은 베이비붐 세대만의 시답잖은 생각일까.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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