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영국의 음주운전 처벌 규정

경기일보 2023. 8.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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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주 영국 유학생∙미술사 전공

잊을 만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최근 언론에 크게 알려진 사고는 지난 4월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9세 여아가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었다. 이전에도 이미 음주운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또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확실히 음주운전에 관대하다는 것이 대부분 국민의 생각일 것이다. 음주운전 사고는 특히 재범률이 높으면서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심각한 중과실 사고이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선진국들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비교적 강력하다. 옆 나라인 일본만 해도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법적으로 최고 30년의 징역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지난번엔 우리나라와 영국의 운전문화 및 도로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글을 썼으므로 이번에는 영국의 음주운전 처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정부들은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국에는 그중 가장 기본적으로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벌점 제도가 있다. 영국도 우리나라처럼 벌점 제도가 있어 음주운전을 하면 운전 금지와 더불어 벌점과 벌금이 주어진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음주운전과 과속 같은 사안들을 굉장히 심각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여겨 외국인이 영국에 영주권 신청 시 이러한 기록이 있으면 충분한 거절 사유까지 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단속에 걸리면 미국에서는 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과속만 해도 감옥에 들어가거나 비자가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

영국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사람에게는 징역 14년에서 최대 종신형까지 처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의 음주운전 판정 기준은 호흡 알코올 농도 0.035%로, 단속에 걸리면 최소 1년간 면허 정지와 무제한으로 벌금이 부과된다. 음주운전에 관해서는 정해진 최대 벌금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사실 법적으로는 음주운전 사망사고자에게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다고는 하나 실제 처벌은 대법원의 양형기준으로 인해 처벌 수위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심지어 이 기준은 놀랍게도 이미 양형위원회가 처벌 수위를 여러 번 높여온 것이다. 이러한 형량 기준은 현대 한국 사회의 현실과 매우 어긋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처벌 수위만 무조건 높인다고 해서 개선 가능한 문제인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음주운전이나 과속이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가볍게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 이유는 필자 생각에 아무래도 쉽게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환경이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영국에서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는 데 걸리는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최소 6개월이 걸리는 편이다. 운전 연수를 대체로 40시간 정도 받으면서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운전 연수하는 기간에 임시 면허증을 발급해 다닐 수 있다. 필기시험과 도로주행시험에서 합격하면 비로소 임시 면허증을 정식 면허증으로 바꾸는 것이다. 덧붙이면 영국은 주민등록증이 없어 이 운전면허증을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처럼 사용한다. 우리가 평소에 쉽게 간과하는 사실은 운전이란 자칫하면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는 신중함이 요구되는 행위라는 것이다.

13시간의 교육이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면허시험은 어쩔 수 없이 운전과 생명의 중대성을 무의식적으로 떨어뜨리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면허시험과 안전운전 교육 시스템을 더 철저하고 신중하게 바꾸는 것이 현재의 음주운전 사망사고와 재범률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고의가 없는 살인과 다름이 없다. 확실한 것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비극을 보고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이 잘못된 일이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참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대에 맞는 훨씬 더 강화된 처벌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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