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툭하면 ‘묻지마 범죄’, 일상 위협하는데 대책 없나

경기일보 2023. 8.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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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사건과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범죄 대상이 불특정 다수인 데다 범행 동기조차 불분명한 범죄가 늘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이유도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을 넘어 공포스럽다.

최근 서울 신림동에서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 난동은 끔찍하다. 역 근처 상가 골목에서 30대 남성이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 이후 ‘살인 예고’ 글 몇 건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20대 남성은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구속됐다. 그는 실제 흉기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가 취소했다. 단순한 장난으로 보기 어렵다. 모방 범죄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범죄는 동기가 불투명하고, 대상도 무차별적이어서 예방이나 대비가 쉽지 않다.

층간소음, 벽간소음 등으로 인한 보복성 범죄도 일상을 위협한다. 층간·벽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계속되고, 살인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지만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최근 3년간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센터에 접수된 경기도내 층간소음(벽간소음 포함) 민원은 2020년 1만9천585건, 2021년 2만4천210건, 2022년 2만102건 등이다. 층간소음 외에 벽간소음은 규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벽간소음이 이웃 갈등 강력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데도 관련 법에선 소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벽간소음에 따른 마찰을 중재하는 곳도 없다. 그 사이 벽간소음을 부추기는 불법 ‘방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발적 동기에 의한 반사회적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살인·상해 등 중범죄 비율이 80%를 넘는다. ‘묻지마 범죄’도 여기에 포함된다. 경찰청은 지난해 ‘묻지마 범죄’를 ‘이상(異常) 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명확한 기준이나 정의, 통계, 예방책 등은 내놓지 못한 상태다. 법적·제도적 장치도 미흡하다.

보복성 범죄나 묻지마 범죄를 단순히 범죄자의 일탈, 혹은 정신이상자의 예측 불가능한 사이코패스 범죄 정도로 인식하면 안 된다. ‘이상 동기 범죄’는 사회적 양극화 또는 상대적 박탈감 등의 특성을 갖거나 개인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공격성이 사회로 표출되는 경우다. 이런 범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 사례 분석과 사회 전반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국민들이 불안과 공포 속에 일상생활을 하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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