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25] 법을 악용하는 ‘교활한 천사들’
“법이란, 사람과 생명과 돈을 닥치는 대로 삼켜버리는 거대한 괴물이다. 당사자주의, 억제와 균형, 정의의 추구 같은 개념은 부식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지키고 품어야 할 법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법은 진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곳엔 오직 타협과 개량과 조작만이 있을 뿐이다. 나도 무죄냐 유죄냐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사람들은 나를 나쁜 놈이라고 욕하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나는 다만 교활한 천사일 뿐이다.”
- 마이클 코널리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중에서
‘간첩 신고는 113.’ 한때는 흔한 표어였지만 언제부턴가 ‘간첩 없는 나라’가 되었다. 전 정부 시절에는 간첩을 신고하면 신고한 사람을 잡아간다는 말까지 흘러 다녔다. 간첩은 뿔 달린 괴물이 아니다. 이쪽에서 혜택을 누리고 살면서 저쪽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간첩이다. 약점을 잡혔거나 세뇌됐거나 돈과 출세를 약속받았을지 모른다. 인간의 욕망, 기업 간 경쟁, 국가의 주적을 부정하는 사람만 간첩이 없다고 말한다.
북한 공작원과 접선, 지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충북동지회 등 간첩 혐의로 기소된 재판 여러 건이 2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건을 맡은 변호팀이 국민 재판을 하자, 담당 판사를 바꿔달라, 변호사를 교체한다며 재판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구속 기간이 만료된 피고인들은 방면되어 자유롭게 활동 중이다.
미키는 실력이 뛰어난 변호사다. 마약, 폭행, 살인이 확실해도 법을 이용해 무죄로 만들거나 형량을 줄이는 데 명수다. 재판에 도움이 될 만한 하급 공무원들에게 때마다 현찰을 선물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의 정의와 진실은 돈이었다. 살인마가 그와 가족에게 총구를 겨누기 전까지는.
사고나 자살이 발생하면 억지로 가해자를 색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 책임을 물으면서도 정작 범죄 사건이 터지면 피해자보다 범법자의 인권 보호에 충실한 것이 요즘의 법이다. 특히 좌파 관련 재판은 오래 걸리고 그 외는 속전속결이 법조계 관행이라는 말도 나온다.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은 법을 악용하는 ‘교활한 천사’를 이길 수 없다. 간첩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일까? 살인은 소수를 죽이지만 법이 간첩에게 눈 감으면 국민의 안전과 나라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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