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라르 정물화처럼… 16세기 상인도 그림으로 ‘플렉스’ 했다

김민 기자 2023. 8. 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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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독자가 읽은 미술 교양 시리즈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가 2016년 출간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국내 전시 개최에 맞춰 특별판(사진)을 발간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를 해설한 '난처한 미술이야기: 내셔널갤러리 특별판'(사회평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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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갤러리 명화전’ 특별판 출간 양정무 교수가 본 관람 포인트
베케라르 연작, 자본주의 질서 담아… 귀족-성직자 대신 상인을 전면에
작품 속 ‘문명사적 의미’ 통찰 중요… ‘역대급 전시’ 국내서 볼 절호의 기회
30만 독자가 읽은 미술 교양 시리즈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가 2016년 출간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국내 전시 개최에 맞춰 특별판(사진)을 발간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를 해설한 ‘난처한 미술이야기: 내셔널갤러리 특별판’(사회평론)이다.

이 시리즈 7권을 써 온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56)를 지난달 31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영국 런던대(UCL)에서 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내셔널갤러리는 내게 미술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함께 일깨워준 각별한 곳”이라며 “오랜 친구들(작품들)이 한국에 온다는데 잘 대접하고 싶었다”고 했다. 양 교수와 함께 전시에서 눈여겨볼 포인트를 짚어봤다.

● 베케라르 정물화, 화끈한 ‘플렉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전시를 관람하며 요아힘 베케라르의 작품 ‘4원소: 물’을 가리키고 있다. 양 교수는 최근 자신의 베스트셀러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의 특별판을 출간해 내셔널 갤러리 전시를 소개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양 교수의 신간은 글 10편을 통해 내셔널갤러리 작품 감상의 핵심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플랑드르에서 활동했던 화가 요아힘 베케라르의 ‘4원소: 물’(1569년)과 ‘4원소: 불’(1570년)을 반가운 작품으로 꼽았다.

“작품이 그려진 안트베르펜은 성상 파괴 운동을 겪어 종교화가 줄고 상업이 발달한 곳입니다. 그 결과 이 그림에서는 풍요로운 정물은 전면에, 종교적인 메시지는 후면으로 밀려나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죠.”

두 작품 중 ‘물’은 물고기가 쏟아질 듯 넘치는 수산물 시장을, ‘불’은 고기가 그득한 부엌을 표현했다. ‘4원소’ 중 한국에 오지 못한 작품인 ‘공기’는 가금류와 알을, ‘땅’은 채소와 과일을 묘사했다. 4점 모두 각각 폭 2.1m, 높이 1.6m가 넘는 대작으로 그림 전면에 왕족, 귀족·성직자가 아닌 부유한 상인 즉 ‘제3신분’이 부각된 것이 특징이다.

양 교수는 이 연작이 자본주의가 형성되며 생긴 새로운 사회 질서, 종교에 대한 태도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에 넘치는 탐스러운 상품을 부끄러움 없이 화끈하게 즐기는 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라며 “다만 그림의 가장 깊은 곳에 성경의 내용을 배치해 교훈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 역사성 보여주는 ‘역대급’ 회화들

영국 찰스 1세가 고액 연봉과 런던 템스강변 저택, 왕궁 내 개인 숙소까지 마련해 주며 데려온 궁정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의 초상화도 만날 수 있다. 찰스 1세의 친척을 그린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로, 형제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섬세한 의복 질감은 눈으로 봤을 때 감동이 더하다.

양 교수는 토머스 게인즈버러의 초상화 ‘의사 랄프 숌버그’도 이번 전시에서 보다 자세히 보고 그 의미를 짚어내며 놀란 작품으로 꼽았다. 그는 “왕과 귀족만이 주인공이었던 초상화에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며 “표현의 작위성이 줄어들고 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담아 미술이 어떻게 현실에 가까이 오는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서양미술사 교양서적의 단골 손님인 렘브란트의 노년 자화상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양 교수는 작품에 담긴 시대상과 사회적 변화, 문명사적 의미를 짚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술 작품이 단순히 예쁘고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과거가 남긴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며, 이 때문에 선진국들이 박물관과 미술관에 적극 투자한다는 것. 양 교수는 “이번 전시는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역사적 맥락을 보고 소장한 양질의 회화가 대거 온 ‘역대급 전시’”라며 “이런 작품들을 해외에 직접 가지 않고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10월 9일까지. 7000∼1만8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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