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39도… 연일 펄펄 끓어”, 전국서 온열질환 22명 사망
서울 37도-여주 38도… “덥다, 더워” 땀에 흠뻑 젖은 근로자들 1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땀에 젖은 채 상자들을 분류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영상 37.2도까지 올랐고, 경기 여주는 38.4도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6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4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올렸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
지난 주말부터 온열질환 사망자가 급속히 늘자 행정안전부는 1일 오후 6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4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올렸다. 중대본은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사회 취약계층과 고령 농업인 등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고 철저한 대응 체계를 갖춰 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94세 이어 89세도 폭염속 일하다 숨져… 경북선 ‘논밭일 금지령’
온열질환 22명 사망
“어르신들, 낮엔 일하지 마세요”
지자체, 살인폭염 대책 초비상
“푹푹 찌는 거 누가 모릅니까. 농사는 다 때가 있잖아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강리의 한 과수원.
이날 오후 3시경 기자와 만난 신모 씨(66)는 단감나무 600여 그루에 농약을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오후 창원의 낮 최고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신 씨는 얼굴에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2만6440m²(약 8000평) 부지에서 단감을 재배하는 신 씨는 “폭우가 끝난 지금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며 “혼자 농사를 짓기 때문에 날이 더워도 밭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에서 포도를 키우는 박모 씨(76)도 “자식들이 번갈아 전화가 오면서 ‘낮에 제발 일하지 말라’고 하는데 시기에 맞게 포도를 따지 않으면 상품성이 떨어져 어쩔 수 없다. 그늘에서 쉬어가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 경북 “오전 9시 이후 논밭일 금지”
불볕더위에도 신 씨와 박 씨처럼 논밭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1일 오후 4시 46분경 전북 정읍시 이평면 논에선 89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체온이 높아 온열질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전날 오후 8시 28분경 경북 성주에선 비닐하우스 고추밭을 돌보러 나갔던 A 씨(94)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수사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에선 비상이 걸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전 9시 이후 논밭일, 공사장 작업 등을 못 하도록 시군 및 소방과 협력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예정됐던 자신의 여름휴가와 해외 방문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이날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개막한 ‘제25회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틀 동안 야영 준비에 나선 스카우트 대원 21명이 고열과 탈수 등을 호소해 현장에 설치된 임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1명은 실신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달 31일까지 1191명에 달한다.
● 전문가 “낮 12시∼오후 5시 외출 삼가야”
무더위 쉼터 운영도 대폭 늘렸다. 무더위 쉼터 690곳을 운영하는 전주시는 시청과 한옥마을 관광안내소 등 6곳에서 양산을 빌려주고 부채 1만 개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햇빛이 강한 낮 12시∼오후 5시에는 외출을 최대한 삼가라고 조언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노년층들은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는 걸 피해야 한다. 외출 시에도 물을 자주 마시고 모자나 손수건 등을 물에 적셔 쓰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어지럼 증상이 나타나면 찬물을 마시고,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이온 음료 등을 마셔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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