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미·중 AI대결, 군사패권까지 좌우할 전망
AI(인공지능) 기술이 산업을 넘어 군사패권까지 좌우하는 시대다. 극초음속 미사일, 전투드론 등 최신 병기는 물론 전술과 작전지휘에도 AI가 사용된다. 특히 최근 거의 전 분야에서 미국과 대치하는 중국은 군사방면에서도 AI를 최우선 수단으로 삼을 기세다.
지난해 10월 20차 중국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AI를 최대로 활용한 지능화 전투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소위 2030년까지 민간의 AI기술을 군사력에 활용한다는 군민융합전략이다. 민간업체로선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가 핵심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미국 안보전문가 엘사 카니아는 논문 '전장의 싱귤레리티'(Battlefield Singularity)에서 중국은 AI와 무인기(무인로봇이나 드론)를 통합한 AI 군사혁명을 시도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현재로선 미국의 AI기술이 중국을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말 전 세계를 강타한 챗GPT는 미국의 가공할 AI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첨단 AI 개발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미중의 AI 실력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게 일반의 인식인 듯싶다.
하지만 AI 관련 논문의 추세는 다르다. 글로벌 AI논문 분석플랫폼 '제타알파'에 따르면 2022년 인용횟수가 가장 많은 AI논문을 보면 미국이 68건으로 1위, 중국이 27건으로 2위였다. 하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미국은 7건이 줄고 중국은 4건이 늘어나 격차가 줄었다. 중국 테크전문 미디어 '36Kr'는 2012~2022년 9월까지 AI논문 분석을 통해 고급 AI논문 수의 비율은 중국이 2012년 20.4%였으나 2021년엔 50.7%로 미국 대비 우위라고 발표했다. 특히 AI 관련 특허수는 동기간에 25만건으로 세계 전체의 60%로 압도적이라고 한다.
또한 'AI의 경쟁력은 빅데이터의 양과 질에 달렸다'고 보면 중국 인구(14억~15억명)가 미국의 5배에 육박하는 점도 중국 AI의 미래 경쟁력을 높여주는 요소다. 게다가 중국은 공산·사회주의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아 그만큼 미국보다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챗GPT 같은 첨단 대화형 AI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미국이 압도적으로 보이지만 각국의 데이터 주권이 강화될수록 자국의 엄청난 빅데이터를 활용,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중국의 강점이 커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물론 아직까진 대화형 AI의 직접적인 군사활용은 제한적이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그러나 SNS 등을 통해 가짜정보를 상대국에 유포한다든지 정치적 혼란이나 여론을 유도하는 정보전쟁에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중 양국이 대화형 AI 패권다툼에 총력을 다하는 까닭이다.
AI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AI 활용확대에 따른 걱정거리도 있다. 우선 중국 정부는 체제비판으로 이용될까 우려한다. 중국 정부가 지난 4월 대화형 AI의 중국 내 서비스와 관련한 첫 '대화형 AI 규제안'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보검열 및 통제를 통해 중국 사회주의 체제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는 게 핵심목적이다. 미국도 대화형 AI 확산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를 경계한다. 경우에 따라선 첨단 AI를 이용한 가짜문구와 화면이 여론을 조작,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흔들 수 있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아무튼 이런 우려에도 AI는 미래의 세계 패권과 각국의 국가경쟁력을 좌지우지할 핵심요소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AI의 특성상 경쟁력을 갖추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기술혁신을 일으키기 때문에 한번 다른 국가와 격차가 생기면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 전 산업분야의 빅데이터 구축과 융합, AI 기술개발 등 민관협력의 총력전쟁이 절실한 시점인 이유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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