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한국, 중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서다 -FT

보수성향의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이 중국 중심의 해외투자를 미국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큰 방향전환을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비중있게 보도했다.
1일(현지시간) FT는 한국의 경제학자와 전·현직 무역 관료, 기업 간부들은 모두 중국이 좋든 싫든 한국이 이미 중국 경제에서 벗어나는 선회에 착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한국은행 6월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인 2022년은 2004년 이후 18년 만에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에 더 많은 상품을 수출한 전환기적인 시기였다. 2004년 이전에는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영국보다 적은 시기였으므로 사실상은 한국의 주력 수출지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FT는 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남부 광저우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공장을 직접 견학한 것이 한국의 선회정책에 대한 마지막 경고를 암시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주도의 중국 분리 정책에 동참하는 것을 막으려한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배터리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신규 투자지로 이미 미국을 선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기술과 제조능력을 유치하고 중국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노력에 따라 조단위 투자를 미국에 집행할 계획이고 미 정부는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내어줄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대중 투자를 줄이고 대미 투자를 늘리고 있는 한국과 한국 기업들에 보복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싱 하이밍(Xing Haiming) 주한 중국대사는 한국이 미국의 영향력 하에서 중국 경제와 분리되는 것에 대해 "장담하건대 중국의 패배에 베팅한 사람들은 분명히 후회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주요 안보 파트너로, 중국을 주요 경제 파트너로 삼는 '이중 접근' 방식으로 필요를 충족시켜왔다고 FT는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기술과 비즈니스 관행을 흡수하는 동시에 중국의 급성장하는 수요와 제조 규모의 이점을 통해 두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비슷한 시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한국은 국방안보를 담당하는 미국에 재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듣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당시 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재정분담을 과하게 요구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은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한국 기업에 잠재적인 보조금을 제공하지만, 북미가 아닌 한국에서 조립할 경우 차량 자체가 소비자 세금 공제에서는 제외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한국 기업들은 대미투자를 미리 결정해놓고도 일부 과정에서 보조금 수혜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출하된 반도체의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수출됐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 일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 수출과 제조에 대해서는 중국을 배제해야 한국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정책으로 중국 분리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단시간 내에 이 같은 분리를 현실화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현실은 한국 기업들에는 회생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비용상승으로 인해 한국기업들 역시 중국 밖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이나 조선에 이르기까지 중국기업과의 경쟁이 격화돼 왔기 때문이다. 이미 베이징은 정책적으로 2016년 이후 도입한 자국 제조업체에 대한 보조금 패키지에서 한국 기업들을 배제시키면서 차별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국회에서 "많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이 주로 수출하는 중간재를 제조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호황을 누린 10년 동안의 지속적인 (한국에 대한) 지원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스마트폰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부는 중국에서만큼은 시장점유율이 1%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삼성은 2008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을 이전하기 시작했고 2019년에는 마지막 중국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했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매출도 2016년에서 2022년 사이에 76% 감소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와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중국에 남아 있는 4개의 공장 중 2개를 매각하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를 제외하고도 중국에서 한국 기업이 창출한 매출은 2016년에서 2022년 사이에 37.3% 감소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IRA나 보조금 지급정책을 초기에 시행하면서 한국기업들에 내세웠던 가혹한 조건은 최근 철회되거나 시한이 연장돼 방향성을 정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아직까지 여러 산업분야에서 중국의 부품과 제조능력, 원자재 등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미국 재무부가 올해 초 한국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생산한 배터리 부품으로도 미국 세액공제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이런 조정에 해당한다고 FT는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은 대중투자를 줄이면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한국 내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최근 국내 투자를 늘리면서 중국 내 생산기지를 점차 줄여나가는 것은 미국의 압박 결과라는 분석이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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