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재정적자” 4년만에 기본 소득 축소 이탈리아…남부서 시위·충돌

곽선미 기자 2023. 8. 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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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기본 소득 정책인 '시민 소득'을 대폭 축소하면서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시민들이 곳곳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공영 방송 라이(Rai)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도시 나폴리의 국가사회보장공단(INPS) 본부 앞에서 시민 소득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 소득이 줄어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부가 밥줄이 걸린 이 문제를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통보하자 시민 분노가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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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등서 시민소득 삭감 반대 시위
16만9000가구에 삭감 문자메시지 전달
성의 없는 통보에 분노 커졌다는 분석도
나폴리 국가사회보장공단(INPS) 본부 앞에서 벌어진 시민 소득 삭감 항의 시위. 연합뉴스(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이탈리아 정부가 기본 소득 정책인 ‘시민 소득’을 대폭 축소하면서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시민들이 곳곳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시민 소득은 좌파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M5S)의 주도로 2019년 도입된 기본 소득 정책이다.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만성적 재정적자 등을 이유로 이를 대대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선 바 있다.

공영 방송 라이(Rai)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도시 나폴리의 국가사회보장공단(INPS) 본부 앞에서 시민 소득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같은 날엔 남부 시칠리아섬의 테라시니에서 60대 실직자가 시장실에 난입해 휘발유를 뿌리며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다가 제지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노동자의 날’인 지난 5월 1일 내각 회의를 열어 노동시장 개혁 시행령을 의결해 발표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해당 시행령에는 시민 소득 혜택 금액과 기간을 축소한 데 이어 단기 일자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기본 소득 정책인 시민 소득은 2019년 무직자나 저소득자에게 생계가 가능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멜로니 총리가 대표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은 당시 야당으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특히, 지난해 10월 집권한 멜로니 총리는 "이 제도가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키우고, 청년들의 노동 의욕을 떨어뜨린다"며 혜택 축소를 주장했다.

바뀐 시행령에 따르면 18∼59세 저소득층에 대한 시민 소득은 현재 가구당 평균 월 550유로(약 81만 원)에서 내년 1월부터는 월 350유로(약 51만 원)로 삭감된다. 시민 소득 수령 기간은 최대 12개월로 제한되며, 이 기간 직업 훈련 프로그램에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다만 미성년자, 60세 이상 노인, 장애인이 있는 가구는 최대 30개월 동안 월 500유로(약 73만 원) 이상을 지급받을 수 있다.

안사(ANSA) 통신은 지난달 28일 약 16만9000가구에 시민 소득이 삭감된다는 문자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전했다. 시민 소득 수급자 대부분은 남부 지역에 거주 중이다. 시민 소득이 줄어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부가 밥줄이 걸린 이 문제를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통보하자 시민 분노가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엘리 슐라인 대표는 "잔인한 삭감"이라며 정부에 재고해줄 것을 촉구했다.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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