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수강신청 못 했는데···” 대학도 학부모 '극성 민원'에 골머리
“아이가 듣고 싶은 수업이 있는데 대기 인원이 많아 수강 신청에 실패했다네요. 우리 애까지만 수업에 좀 넣어주세요.”
최근 일부 ‘극성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대학 교직원 중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기 지역 한 4년제 사립대에 근무 중인 교직원 A씨는 학기 초 수강 신청 기간마다 들어오는 '단골 민원' 사례를 연합뉴스에 전했다.
A씨는 "올해 초 새 학기가 시작됐을 때도 학과 사무실에 연락해 수강 신청에 실패한 자녀를 수업에 넣어달라고 요청하시는 학부모들이 있었다"며 "당연히 교직원이 특정 학생의 편의를 봐줄 수는 없어 학부모에게 이런 점을 설명하고 납득시키는데 특히 업무가 몰리는 새 학기에 이런 민원 응대는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털어놨다.
학부모가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교직원에게 연락해 폭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A씨는 "같은 대학에서 근무 중인 동료 교직원은 수강 신청 관련 민원을 거절하자 학부모로부터 '당신들은 내가 낸 등록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무조건 애를 수업에 넣어 달라'는 폭언을 들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며 "유치원, 초·중·고교보다 정도는 덜하겠지만 많은 대학 교직원들도 최근 제기되는 '학부모 갑질' 논란이 정말 남 일 같지 않다고 얘기하고는 한다"고 전했다.
학부모가 재학생 대신 휴학, 전과 등 학적 변동과 관련한 문의를 해 업무에 혼선을 주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 소재 4년제 사립 대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직원 20대 B씨는 "학부모가 직접 학과 사무실에 연락해 '자녀가 군 휴학을 해야 하는데 절차를 알려달라', '전과는 어떻게 하는 것이냐' 등 질문하는 경우도 많다"며 "아무리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개인정보가 담긴 내용을 말해주기 어려워 난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교직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학부모 민원에 따른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아이가 과제를 늦게 제출했는데 많이 힘들어하고 있으니 학점 불이익을 주지 말아 달라", "아이가 성적을 알려주지 않는데 대신 조회해보고 싶다" 등 학사 전반에 걸쳐 온갖 문의와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신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교직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학사팀처럼 민원 업무가 많은 부서에서 일하는 교직원이라면 상당수가 요즘 가장 스트레스 받는 업무로 '학부모 응대'를 꼽을 것"이라고 꼽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 자녀를 향한 지나친 간섭과 의존을 끊지 못한 학부모가 자녀가 성인이 된 뒤에도 관성적으로 같은 행동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녀 교육에 있어서 사교육, 입시제도 등에 대한 부모의 정보력과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여기에다가 저출생 현상으로 자녀 개개인의 교육에 대한 관심도도 과거보다 더 커지면서 악성 민원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오랜 기간 이런 생활 패턴을 유지해온 이들이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고 직장인이 된 뒤에도 비슷한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민원을 받는 근로자 개개인이 '감정 노동'으로 악성 민원을 해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각 기관, 나아가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지속해서 재점검해 부당한 처사에 대해서는 적절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는 자녀가 성장할수록 서로의 자아를 서서히 분리해 나가야 하나 자녀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면 이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해 성인이 된 뒤에도 악성 민원을 넣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자녀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부모가 의식적으로 주의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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