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화 내는 건 처음 봐"…허경민은 왜 사구 하나에 폭발했을까

김민경 기자 2023. 8. 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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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본다."

허경민은 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8-1로 앞선 8회초 한화 투수 윤대경(29)의 사구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평소 허경민이라면 단순한 사구에 화를 낼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5연패 탈출에 쐐기를 박은 이런 상황에서 허경민이, 게다가 주장인 선수가 단순히 사구 하나로 화를 낼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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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허경민(왼쪽)과 이승엽 감독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본다."

두산 베어스 주장 허경민(33)의 대응에 구단 관계자도 놀란 눈치였다. 허경민은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이다. 주장을 맡은 올해도 리더로서 선수단 미팅을 잡아야 하는 순간이 생기면 윽박지르는 쪽보다는 좋게 이야기하는 쪽을 선택했다. 허경민이 평소 바라던 리더의 모습이 그랬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허경민은 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8-1로 앞선 8회초 한화 투수 윤대경(29)의 사구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초구 시속 140㎞ 직구가 어깨 위로 향했다. 허경민은 공을 맞자마자 곧장 윤대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빈볼을 확신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주심이 다급히 허경민 앞으로 뛰쳐나와 막아야 했을 정도였다. 윤대경은 단단히 화가 난 허경민에게 공이 손에서 빠졌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허경민은 주심이 말리는 상황에서도 쉽게 분을 삭이지 못했고, 결국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한화 베테랑 투수 정우람과 장민재가 진정시키려 설명을 이어 갔는데도 허경민은 화가 풀리지 않는 눈치였다.

▲ 사구에 화난 허경민 ⓒ SPOTV 중계 화면 캡처
▲ 당황한 윤대경 ⓒ SPOTV 중계 화면 캡처
▲ 허경민을 진정시키는 장민재 ⓒ SPOTV 중계 화면 캡처

평소 허경민이라면 단순한 사구에 화를 낼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두산은 2-1로 앞서다 8회초 대거 6점을 뽑으면서 분위기를 타고 있었다. 양의지가 달아나는 투런포를 터트리고, 2사 만루에서 김재호가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3타점 싹쓸이 적시 2루타를 쳐 7-1로 달아났다.

마운드가 강재민에서 윤대경이 바뀐 뒤에는 두산으로선 운까지 따랐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정수빈의 타구를 좌익수 닉 윌리엄스가 놓쳐 왼쪽 담장 앞까지 굴러가면서 1타점 적시 3루타가 됐다. 5연패 탈출에 쐐기를 박은 이런 상황에서 허경민이, 게다가 주장인 선수가 단순히 사구 하나로 화를 낼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흔히 야구계에서는 단순 사구인지 빈볼인지는 "맞은 타자가 가장 잘 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허경민은 빈볼을 확신한 행동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윤대경은 일이 커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두산 벤치에서 흥분한 허경민을 대주자 박계범으로 교체했고, 허경민이 더그아웃으로 물러날 때 윤대경은 모자를 벗어 사과했다. 하지만 허경민은 윤대경의 사과를 받지 않은 채 그대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이 또한 평소 허경민이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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