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비로소 찾은 일상의 행복[TF인터뷰]
'밀수' 장도리 役 맡아 대체 불가한 존재감 발산
"마음이 편해지니까 연기도 더 잘 되던데요"
박정민은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에서 조춘자(김혜수 분)와 엄진숙(염정아 분)을 보필하면서 잡일을 하는 장도리로 분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개봉을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박정민은 작품부터 일상까지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꾸밈없이 솔직하게 꺼내며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박정민은 "장도리 같은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나의 어떤 면을 보고 이런 걸 주셨지?' 궁금했어요"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류 감독에게 직접 물어보지 못했다고 밝힌 그는 "여쭤보면 '왜? 하기 싫어?'라고 하실까 봐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극 중 장도리는 해녀들을 보필하면서 잡일을 도맡아 하는 순박한 청년으로 등장한다. 그러던 중 생존을 위해 자신의 이익만 좇는 숨어있던 욕망을 드러내면서 '하남자'의 절정을 달린다. 이번 작품을 위해 10kg을 증량한 박정민은 흰색 메리야스를 입은 채 볼록 튀어나온 배를 드러내는가 하면,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케 하는 구레나룻을 장착하고 차진 충정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탄탄한 연기력에 파격적인 외적 변신을 덧입히며 극초반과 중후반 큰 폭으로 변화하는 캐릭터를 살벌하게 그려낸 박정민이다. 비열하고 극악무도한데 어딘가 모르게 허술하고 코믹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입체적으로 악역의 얼굴을 새롭게 그려낸 그는 극의 신스틸러가 되며 또 하나의 '인생캐'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박정민은 "감독님이 가장 잘 아는 인물이 장도리라고 하셨고, 감독님 자체가 되게 재밌는 분이세요. 저는 감독님의 디렉션을 잘 받아먹었을 뿐이죠"라고 공을 돌렸다.
2011년 '파수꾼'을 시작으로 '동주' '변산' '염력' '그것만이 내 세상' '사바하' '타짜: 원 아이드잭' '시동' '사냥의 시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기적' '헤어질 결심' '일장춘몽'까지. 꾸준히 충무로의 선택을 받은 박정민은 매번 답습이 아닌 변주를 꾀하며 작품의 흥행과 상관없이 늘 연기 합격점을 받았다.
이렇게 연기밖에 모르는 줄 알았던 박정민의 최근 행보가 흥미롭다. 작품이 아닌 곳에서 보기 힘들었던 그가 유튜브로 영역을 넓히며 보다 더 다채로운 소통을 펼치고 있기 때문. 이날 유난히 힘들었던 30대 초반을 회상한 그는 "늘 쫓기듯이 살았어요. 마음고생을 많이 했죠. 이제는 마음이 편한 게 더 중요해졌어요"라고 달라진 삶의 가치관을 드러냈다.
늘 문제집을 푸는 것처럼 모범답안을 찾기 위해 몰두했던 박정민은 더 이상 배우라는 직업에 자신을 가두지 않게 됐다. 또 일상의 행복에 더 무게를 두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이는 특별한 계기가 아닌, 시간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탑승하니 찾아온 변화다. 실제로 이날 만난 그는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밝은 미소를 숨기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늘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연기를 준비했고,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박정민은 일상의 행복에 집중하며 강박감을 내려놓는 법을 터득했다. 스스로 '그래도 돼'라고 주문을 걸면서 영화도 한결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완성한 게 '밀수'의 장도리다. 배우로서, 그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더욱 특별함이 담긴 작품임이 분명했다.
"개봉할 때 되면 작품에 관해서 찾아보는 병이 있어요(웃음). 제가 함부로 재밌을 거라고 자신하는 것도 건방진 것 같아요. 그냥 많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단편과 독립 영화를 전전하던 배우가 대선배님들과 여름 텐트폴에 나오는 자체가 신기하죠.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원만하게 해결?'...주호민, 법정서는 "강력히 처벌해달라"
- '찍어내기 논란' 총경 인사 여진…흔들리는 경찰청장 리더십
- '명낙' 만났지만 곳곳 뇌관…민주당, 계파 갈등 봉합 요원
- HDC현산, 실적부진·안전사고로 시평 '휘청'…평가액 1조 원 증발
- '처가 리스크' 부담? '특별감찰관제' 공 넘긴 대통령실
- 파행 거듭 과방위...'이동관 청문회' 등 8월도 산 넘어 산
- 너도나도 엔화 샀는데 긴축 신호탄 쏜 일본…엔화 전망은?
- "실물카드만 됩니다"…'1살' 모바일 면허증 갈길 머네
- '아이언맨'보다 재밌는 하정우의 '비공식작전'[TF인터뷰]
- 'K-떼창' 준비완료…하반기 팝스타 내한 러시[TF프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