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의 사談진談/김재명]의원들의 수해복구활동 ‘이벤트 정치’ 안 되려면
국회의원의 봉사활동은 준비부터 차이가 난다. 일반 자원봉사자는 본인이 장화를 비롯해 모자, 수건, 장갑 등을 지참해 오전 8∼9시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당직자들이 준비해 놓기 때문에 몸만 가면 된다.
지난주 의원들이 버스를 타고 수해 현장에 도착한 가운데 한 의원은 관계자가 바닥에 앉아서 장화를 준비하자 “예전에 장화 신는 거 도와주다가 사진 찍힌 거 몰라?” 하고는 금세 일으켜 세웠다. 이날 봉사활동은 당 대표가 참여하는 중앙당의 공식 일정이다 보니 많은 취재진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새벽부터 작업을 하던 주민들은 오전 10시 30분이 넘어서야 피해 농가로 향하는 의원들의 속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오자마자 얼른얼른 해야지”라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인의 수해 봉사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2017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도움을 받으며 장화를 신는 사진이 보도되자 ‘황제 의전’ 논란이 발생했었다. 작년에도 서울 사당동 수해 현장에서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말을 해 사과했다. 2020년에는 당권 경쟁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총리가 비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서 이원욱 의원과 함께 술자리에 참석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당시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를 기록했고, 섬진강 물이 범람해 영호남 화합으로 상징되는 ‘화개장터’가 침수되는 등 전국적으로 피해가 컸다. 그러자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 장관, 당 대표와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각급 단체 기관장들도 수해 현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진만 찍고 갈 뿐, 피해 복구를 위한 인력과 중장비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그러한 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게시한 복구활동 사진 속 옷이 너무 깨끗해 ‘사진 찍기용’ 아니냐는 의혹이 발생했다. 결국 수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일자 각 당은 ‘인증샷 자제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의원들에게 수해 복구 활동 시 ‘현장 의전 및 언론 대동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호우 피해 기간 의원단 행동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인이 참여한 복구 현장은 논란이 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피해가 발생하면 또다시 봉사활동을 떠난다. 현장에서의 비난보다는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의 보도를 통해 얻는 정치적 실익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은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들이 진흙을 묻혀 가며 토사를 처리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것보다는 현장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책 같은 지원 정책을 마련하기를 더 바라지 않을까? 미국 같은 외국의 경우 허리케인 등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정치인들이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대책을 발표하는 사진은 볼 수 있지만 직접 복구 작업을 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여야가 재난과 재해를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다 보니 보여주기식 활동만 할 뿐 정작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법적 뒷받침은 지지부진하다. 진정으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수해 복구 현장에 ‘한번 다녀왔습니다’와 같은 ‘이벤트 정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본연의 입법 의무 또한 다해야 할 것이다.
김재명 사진부 차장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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