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의 솔직한 직언을 유도하는 리더십[직업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멀럴리 대표는 인내심을 갖고 몇 주 지켜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북미를 총괄하던 고위 임원이 처음으로 한 프로젝트에 빨간불을 올려놓았고, 회의에 참여했던 다른 임원들은 긴장 속에서 멀럴리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때 멀럴리는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일부 임원들은 그 박수가 회의실 밖에 대기하고 있던 경비원에게 빨간색을 올려놓은 임원을 끌어내라고 하는 신호로 오해했을 것이라고 멀럴리는 수년 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강연에서 말했다. 모두들 사업 보고 회의에서 빨간색을 올리는 순간 해고당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럴리가 박수를 친 것은 취약성을 인정한 그 임원의 솔직함 때문이었다. 멀럴리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질문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도우면 될까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서로 쳐다보던 임원들 중 몇 사람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부서에도 과거 유사한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한 팀을 바로 보내겠다고 한 것이다. 멀럴리는 문제를 보고한 사람을 탓하지도 않았고, “빨리 해결하라”는 뻔한 지시를 하지도 않았으며, 팀이 서로를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을 리더로서 만들어 갔다.
그 다음 주 문제의 프로젝트는 다른 임원들의 도움을 받아 빨간색에서 노란색으로 그리고 녹색으로 점차 변화되어 갔다. 멀럴리가 포드 재임 기간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았던 때는 그 이후였다. 몇 주 후 주간 회의에서 그동안 모두 녹색이었던 불이 어느 순간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표시된 보고가 올라오면서 전체가 마치 무지개처럼 보였던 날이다. 어느새 임원들이 두려움 없이 현실 속의 문제를 인정하고 공유하기 시작하자, 멀럴리는 문제가 상당히 심각함을 아는 동시에 이제 팀워크를 발휘하여 사업을 회생시킬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2016년까지 포드 대표를 지낸 멀럴리를 2014년 경영잡지 ‘포천’은 그해 전 세계 위대한 리더에 교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에 이어 3위로 꼽았다. 노조로부터도 강력한 지지를 얻은 그는 거의 쓰러져 가던 포드를 살려 놓고, 2015년 2분기에 2000년 이후 최고 실적을 올렸으며, 명예롭게 퇴사한 뒤 구글 모기업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해 왔다.
우리는 종종 “상사에게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말을 듣는다. 심지어 어느 대기업 회장은 “상사에게도 노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지시’했다고 들었을 때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쇼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자리를 내걸고 상사에게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 역시 추천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상사에게 직언하는 용감한 부하 직원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직문화 연구 개척자였던 MIT 경영대학원 에드거 샤인 교수가 리더십 연구 개척자인 워런 베니스와 1960년대 중반에 제안했고, 최근에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학술 용어를 빌리자면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 줄 아는 현명한 상사가 있을 뿐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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