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보좌관 공소장에 “송영길, 먹사연이 대납한 컨설팅 결과 보고받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외곽 후원 조직이 컨설팅비를 위법하게 대납해 작성된 경선 전략 컨설팅의 결과를 송 전 대표 본인도 보고받은 것으로 1일 알려졌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측근이 외곽 조직에게 컨설팅비 대납을 위해 허위 견적서 작성을 지시한 정황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용수씨를 지난 21일 구속기소 하면서 이 같은 정황을 박씨 공소장에 담았다. 검찰은 박씨 공소장에서 송 전 대표를 120여 차례 언급하는 등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적었다.
검찰은 박씨가 2020년 5~10월 컨설팅업체 ‘얌전한고양이’에 송 전 대표의 당선 가능성 등을 점검하는 여론조사를 의뢰하면서 비용 9240만원을 송 전 대표 외곽 후원단체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에게 대납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먹사연은 당초 ‘지역주의 해소 및 통일국가의 발전’을 목표로 설립됐고 통일부로부터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도 받았다. 통일부는 먹사연에 법인 설립 허가를 내줄 때 ‘특정 개인이나 정당, 사회단체를 지지하는 정치활동 및 이에 준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에 설립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는 내용의 허가 조건을 달았다고 한다.
그런데 2020년 1월 이모씨가 먹사연의 연구소장으로 취임한 뒤부터 주요 운영 방향이 송 전 대표의 정치적 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무렵부터 이씨가 박용수씨와 긴밀히 소통하며 송 전 대표에 대한 외곽 지원에 나섰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박씨는 2020년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3개월 앞둔 그해 5월 컨설팅업체 ‘얌전한고양이’에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 관한 여론조사를 의뢰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지자 1095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 ‘2020년 전대도 친문(親文)이 핵심전략’, ‘송영길이 촛불혁명 완수와 4기 민주정부 수립 적임자’라는 결과 분석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컨설팅 비용은 550만원이었다.
결과를 보고받은 박씨는 먹사연 연구소장 이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얌전한고양이 대표에게 기존 ‘여론조사 견적서’ 문서 이름을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견적서’로 바꾸고, 수신인도 ‘송영길 의원님’에서 ‘먹사연’으로 바꾼 허위 견적서를 발급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먹사연은 2020년 8월에도 박씨 요청에 따라 송 전 대표에 대한 컨설팅 비용 8690만원을 대납했다. 박씨는 이 무렵 얌전한고양이와 ‘송영길의 당대표 당선을 위한 여론조사 및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박씨는 연간 수입 한도가 1억5000만원인 송 전 대표의 정치자금으로는 컨설팅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고 보이자 이씨를 통해 먹사연에 대납을 요청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먹사연과 얌전한고양이는 컨설팅이 송 전 대표를 위한 것임을 숨기기 위해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한 국민인식 여론조사 계약서’ 21대 국회 원내 정당들의 2022년 집권전략 연구에 대한 계약서’ 등의 이름으로 허위 계약서 3건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컨설팅 내용은 송 전 대표 당선 전략에 관한 것이었다. 얌전한고양이는 이후 ‘송영길 의원 SNS 활동 분석’ ‘송영길 의원님 전략조사 결과 보고’ ‘송영길 좌담회 결과 보고’ 등 송 전 대표의 향후 경선 전략을 분석한 보고서를 수차례 작성했다고 한다.
박씨는 보고서가 작성될 때마다 서면·대면으로 결과를 보고받았는데, 이중 ‘송영길 좌담회 결과 보고’ 문건은 송 전 대표도 대면보고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컨설팅비 대납’ 이외에도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과 공모해 총 6750만원을 현역 국회의원 등에게 살포한 혐의 등을 받는다. 박씨는 당시 선관위에 사전 신고된 회계 책임자가 아니었음에도 송 전 대표 캠프가 정치자금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모금한 ‘부외 선거운동 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2021년 4월 송 전 대표 경선캠프 사무실에서 ‘스폰서’로 불린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현금 5000만원을 받는다. 김씨는 강래구씨 부탁으로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강씨와 박씨에게 ‘지금 우리 쪽 상황이 조금 불안정하지 않냐. 들리는 소문으로 경쟁 후보 캠프 쪽에서는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다고 하는데, 우리도 마지막으로 의원들을 좀 줘야 되는거 아니냐’는 취지로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박씨는 같은 해 4월 27일 자신이 관리하던 부외 선거자금 중 3000만원을 300만원짜리 봉투 10개로 만들어 이정근씨에게 건넸고, 이씨가 이를 윤관석 의원에게 전달했다. 윤 의원은 이튿날 국회 본관 외통위원장 소회의실에서 열린 송 전 대표 지지 국회의원 모임에서 이 돈 봉투를 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윤 의원은 ‘애초에 현금을 주려고 계획했던 의원들 중 일부가 회의에 나오지 않는 바람에 주지 못했다.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면서 미처 주지 못한 국회의원들에게 현금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더 필요하다’며 추가 자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박씨가 추가로 3000만원을 윤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검찰은 윤 의원이 실제 추가로 전달받은 3000만원도 민주당 의원들에게 돌렸다고 보고 있다.
박씨는 이외에도 한 지역상황실장에게 50만원, 또 다른 지역상황실장에게 콜센터 운영비 명목으로 7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1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현재 국회 회기가 중단된 상태여서 두 의원은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바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두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두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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