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휴가 정국’의 중요성
잠시 대립의 전원 스위치 ‘OFF’
차분히 민생 등 국정 현안 구상
8월 국회 ‘원포인트 처리’ 기대
이번 주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나란히 여름휴가다.
취임 첫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여름휴가 직후 전격적으로 단행한 금융실명제는 우리 경제사에 한 획을 그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소선거구제 폐지를 위해 한나라당과 연정을 할 수 있다고 발언해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여름휴가 직후 ‘40대 총리’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카드로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을 대폭 교체한 것도 휴가 직후였다. 지난해 윤 대통령도 사저에서 첫 여름휴가를 보낸 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교체하고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했다.
언론이 ‘휴가 정국’에 주목하는 건 이런 정치적 맥락이 깔려 있어서다.
“오래된 석탑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돌 사이사이에 틈이 있다. 너무 촘촘하게 만들면 오랜 시간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최고경영자들이 ‘휴(休)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인용하는 얘기다.
숨 돌릴 틈 없는 외교 일정과 정치 현안에 지쳤을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이라도 동백과 해송, 팽나무 등으로 울창한 저도의 숲과 백사장을 거닐며 잠시나마 심신의 여유를 찾았으면 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첫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이 있던 저도에서 ‘정치인 윤석열’의 행보도 차분히 되짚어 봤으면 좋겠다. 정치에 발을 내딛던 순간의 초심을 떠올리며 인적 쇄신과 광복절 특사, 한·미·일 정상회의 등 현안뿐 아니라 역사적 소명도 성찰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양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휴가 기간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위해 수도권·중도·청년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인재를 물색하는 등 총선 밑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10월 퇴진설’, ‘8월 검찰의 영장 청구설’이 흘러나오며 당 안팎이 뒤숭숭한 가운데 휴가에 나서는 이 대표도 당 혁신과 내년 총선 대응책을 고민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표 모두 휴가 기간만이라도 정쟁의 언어는 애써 삼가고, 정국 구상 테이블에 협치를 올려놨으면 한다.
이들의 휴가가 끝나면 21대 국회는 종반전으로 치닫는다.
막판 스퍼트가 절실한 시점이지만 정치 상황이 녹록지 않아 8월 임시국회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로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1일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갈등의 수위가 더 높아져서다. 자칫 사생결단식 싸움으로 번져 21대 마지막 정기국회마저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끔 스마트폰이 먹통일 때 의외로 간단한 해결법이 있다. 전원을 잠시 껐다 켜 보면 대체로 문제가 해결된다. 여름휴가에 대통령과 여야 대표 모두 지금까지 관성처럼 마주 보며 달리던 대립의 전원 스위치를 껐다 켜 보자. 전원이 다시 켜지면서 그동안 잘 안 보이던 ‘협치 앱’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다.
휴가에서 얻은 여유로 8월 국회에서는 수해 예방·지원법과 함께 윤석열정부의 ‘민생입법’과 이 대표가 강조하는 ‘여야 대선 공통 공약’ 중에 최대공약수를 찾아 ‘원포인트’로 처리해 보는 건 어떤가. 바로 지금이 만나자고 말만 한 채 번번이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여야 대표 간 회동이 절실한 순간이다.
이천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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