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욕심 없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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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매주 한 번씩 대강당에서 진행한 채플 시간은 엄격했다.
일 년에 10번 이상 결석하면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데 담당 교수가 매우 까다로워 한 번에 통과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동안 정확치는 않지만 10번 정도 결석한 것 같다.
미정은 소유에 대한 집착이 없어서 아들은 한 청년으로 남편은 한 남자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의 기대를 그들에게 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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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이와 함께 여름방학 때마다 농촌으로 하기 봉사활동을 가고는 하는데 서울로 돌아올 때마다 영이의 가방은 유독 마을 사람들이 준 옥수수며 감자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어느 때는 할머니 한 분이 몸에 지닌 낡은 비단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쌈짓돈을 꺼내서 맛있는 것 사 먹으라고 영이의 손에 쥐어 주기도 했다. 그동안 영이는 저녁마다 시원하고 달콤한 복숭아 캔을 한 통 사 들고 혼자 사는 할머니 집을 방문해서 말벗이 되어 주었다. 영이는 주변 사람을 늘 따뜻한 시선으로 관심 있게 바라본다. 그래서 상대방이 무엇이 필요한 지 알게 되고 그것을 주려고 노력한다.
방송작가 후배 미정에게는 멋진 의사 아들이 있다. 외모도 훈남이지만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 그런 미정의 아들이 드디어 결혼을 했다. 가족 친척만 모이는 스몰 웨딩이었고 예단 예물도 생략했다. 흔히들 말하는 ‘조건 좋은 아들’이라 기대도 있으련만 미정은 애초부터 그런 게 없었다. 미정의 남편은 알뜰함이 지나쳤다. 그래서 미정의 주변 사람들은 아내를 피곤하게 하는 미정의 남편에게 눈을 흘기지만 정작 미정은 큰 누이처럼 남편을 따뜻하게 이해한다. 어려서부터 너무 어렵게 살았고 맏아들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돈이 없으면 불안해한다고. 미정은 소유에 대한 집착이 없어서 아들은 한 청년으로 남편은 한 남자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의 기대를 그들에게 얹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도 상대방도 편하게 만든다.
여고 후배 재희는 꾸준히 봉사활동을 한다. 그중에서 특히 국제결혼해서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동남아 여성들에게 힘이 되어 준다. 세심하게 상담도 해 주고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는 아이들 학용품도 사 주고 옷도 갖다 준다. 지인들에게 얻은 옷은 깨끗이 세탁해서 단추를 새로 달거나 작은 꽃 수를 놓아서 헌 옷이라는 느낌을 지우려고 애쓰고 꼭 새로 산 스카프나 양말을 하나씩 넣어 준다. 그런 재희가 후회하는 일이 있는데 평생 살던 방학동 23평 아파트를 대출 조금 받아서 29평으로 늘린 일이다. 네 식구 충분한데 왜 아파트 평수를 늘렸나?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영이 미정 재희의 공통점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는 것이다. 욕심이 없다는 건 그렇게 마음 편하고 좋은 일이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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