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어 숨 못 쉬면, 응급실 가겠다”…폭염에 생존위협 받는 美 극빈층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3. 8. 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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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 북부 글로브빌에서 상의를 벗은 채 도로 위를 지나는 남자의 모습.[사진 = AP 연합뉴스]
“내 급여로 에어컨을 사려면 12년간 돈을 모아야 한다. 숨쉬기 힘들면 차라리 병원 응급실에라도 가겠다.”

미국에서 사상 최고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는 빈곤층이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사는 전직 벽돌공 벤 갈레고스(68)는 40도 안팎의 땡볕 더위에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에어컨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했다. 월 1000달러(약 128만원)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갈레고스가 할 수 있는 건 창문에 매트리스를 덧대거나, 지하실에 내려가 잠을 청하는 정도다.

7월 3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전역을 덮친 지독한 폭염으로 갈레고스와 같은 미국 극빈층이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무료 급식소에서 만난 멜로디 클라크(45)는 AP통신에 머리를 적신 채로 야외에서 요리하고, 실내에서는 불을 항상 꺼둔다고 말했다. 캔자스시티는 지난 28일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으나 임대주택의 중앙냉방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혹독한 환경에 처했다.

AP통신은 “미국 극빈층이 가장 더운 나날을 최소한의 사회 보호망 속에서 지내고 있다”며 “그들에게 한때 사치였던 에어컨이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수십억달러를 투입해 냉방 시스템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수혜 대상은 극히 한정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클리블랜드 주립대에서 보조금을 연구하는 미셸 그래프는 미국의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이 적격 인구의 16%에만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가난할수록 더욱 극심한 더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AP통신은 진단했다. 빈곤층은 주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도로 인근에 거주하는데, 환경단체 아메리칸 포레스트에 따르면 이런 지역은 지표면이 초목지역 대비 8도(화씨) 이상 높은 상황이다.

한편 최근 미국에선 에어컨이 고장 난 차량에 실려 이동 중이던 경찰견들이 무더기로 폐사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7일 오후 일리노이주 시카고시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인디애나주 미시간시의 훈련 시설로 이송하던 경찰견 18마리 가운데 8마리가 차량 화물칸에서 죽은 채 발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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