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4연패' 속에서 발견한 값진 보물…'5이닝 무실점→첫 QS' 털보에이스 후계자 등장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털보에이스'로 불렸던 댄 스트레일리의 대체자를 확실하게 찾은 듯하다. 이제 애런 윌커슨이 '털보에이스'의 칭호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윌커슨은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팀 간 시즌 9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95구,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역투했다. KBO리그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
롯데는 올 시즌 초반부터 시작된 외국인 선발 투수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댄 스트레일리와 찰리 반즈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까닭. 그리고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기에 '칼'을 빼들었다. 롯데가 교체의 대상으로 삼았던 선수는 매년 기량 저하가 눈에 띄는 스트레일리였다.
스트레일리를 방출하고 데려온 선수는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서 뛴 경험이 있는 윌커슨. 윌커슨은 올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아쉬운 모습을 남겼는데, 지난해 한신에서는 5월 4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1.04로 활약하며 월간 MVP를 수상하는 등 총 14경기에 등판해 5승 5패 평균자책점 4.08의 성적을 남겼다. 롯데는 이 부분을 주목해 윌커슨을 품에 안았다.
윌커슨의 KBO리그 데뷔 첫 선발은 인상적이었다. 윌커슨은 지난달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5이닝 동안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역투, 연패에 빠진 롯데를 구해내는데 성공했다. 당시 윌커슨은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수 있는 뛰어난 커맨드를 과시,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김태형 해설위원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래리 서튼 감독은 1일 경기 앞서 "매일 경기를 준비할 때 반드시 이긴다는 자세로 훈련을 하고 준비를 한다"며 "윌커슨이 지난 등판에서 승리를 했고, 오늘(1일)도 승리를 해서 팀이 다시 좋은 분위기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등판에서 80구 가량을 던졌는데, 오늘은 100구를 생각하고 있다. 또 승리를 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윌커슨은 '불운' 속에서도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뽐냈다. 윌커슨은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건우에게 첫 안타를 맞았지만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에는 우익수 안권수의 호수비 도움을 받으면서 권희동-서호철-도태훈으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냈고, 3회에도 NC 타선을 묶어내며 순항을 이어갔다. 타선 또한 윌커슨의 호투에 보답하듯 3점의 득점 지원을 안겼다.
하지만 순항하던 윌커슨에게 불운이 닥친 것은 4회였다. 윌커슨은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건우에게 평범한 우익수 뜬공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때 우익수 안권수가 타구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했고, 평범한 뜬공 타구가 2루타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윌커슨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 제이슨 마틴-권희동-서호철에게 3연속 안타를 맞으며 3-2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그래도 도태훈을 삼진 처리한 뒤 박세혁까지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막아냈고, NC 쪽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분위기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아쉬운 수비가 실점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더그아웃 분위기는 훈훈했다. 안권수는 이닝이 끝난 후 더그아웃에서 윌커슨을 향해 사과의 뜻을 전했고, 윌커슨 또한 안권수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개의치 말라는 시그널을 보냈다.
윌커슨의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은 5회였다. 윌커슨은 김주원을 투수 땅볼, 손아섭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려가던 중 5회 박민우에게 볼넷을 헌납하면서 윅를 자초한 것. 여기서 후속타자 박건우에게 2구째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면서 동점을 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리드를 내주는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첫 등판에서 76구를 던졌던 윌커슨은 투구수 80구가 넘은 상황에서도 6회 마운드에 올랐고, 권희동을 우익수 뜬공, 서호철을 유격수 땅볼, 도태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두 번째 등판을 마무리했다. 윌커슨은 첫 등판과 마찬가지로 총 95구를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 63개를 만들어낼 정도로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고, 최고 148km의 직구(37구)를 바탕으로 커터(26구)와 커브(14구)-슬라이더(9구)-체인지업(9구)을 섞어 던지며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아직 상대팀들이 윌커슨에 대한 전력 분석이 완벽하게 되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윌커슨 또한 두 경기 연속 롯데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훌륭한 피칭을 선보인 것은 틀림이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 애런 윌커슨.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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