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모스크바 번화가에 또 드론 공격…정부 부처 입주 건물 맞혀
모스크바 내 번화가에 있는 고층 건물이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틀 만에 또다시 드론(무인기) 기습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 건물에는 러시아 정부 부처들이 들어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 흑해함대 함정은 수상 드론(무인정)의 공격 타깃이 됐습니다.
러시아가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에 무차별 공습을 가한 데 대한 우크라이나 측의 보복 공격으로 추정됩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은 현지 시간 1일 새벽 모스크바의 고층 건물이 드론 공격을 받아 1개 층이 손상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격받은 건물은 경제개발부, 디지털부, 산업통상부 등 정부 부처가 들어선 '아이큐(IQ) 쿼터'로 알려졌습니다.
이 건물은 지난달 30일에도 드론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 건물은 기업 사무실과 상가 등이 밀집해 있는 대규모 경제 구역인 '모스크바-시티'에 있습니다.
이곳엔 20여 층에서부터 100층이 넘는 여러 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모여있습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메시지에서 "드론 몇 대가 모스크바로 비행하던 도중 방공망에 격추됐으나 1대가 지난 달 30일 공격을 받은 고층 건물까지 날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소뱌닌 시장은 "1개 건물 21층 전면이 파손됐고 150㎡ 넓이의 창문들이 부서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도 성명을 통해 피습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3대의 드론으로 모스크바와 시설들을 공격하려 했다"면서 "2대는 모스크바 서쪽 외곽 지역에서 방공망에 격추됐고, 다른 1대는 전자전 장비에 요격돼 모스크바-시티에 추락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지 재난당국과 소뱌닌 시장은 사상자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경제부 장관의 고문인 다리야 레브첸코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전문가들이 건물 입주자의 안전을 위해 건물 상태를 평가하고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직원들은 화상 회의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 사건으로 사상자나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모스크바 내 광범위한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실제로 위협이 존재하는 건 분명하지만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며 추가 언급은 피했습니다.
현지 관영 타스통신은 또 이날 드론 비행 경로에 가까운 모스크바 서남쪽 외곽의 브누코보국제공항이 일시 폐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공항 측은 "새벽 2시 53분부터 3시 26분까지 항공기 이착륙이 제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브누코보국제공항은 대통령의 해외 방문과 외국 국빈들의 러시아 방문길에도 자주 이용되는 곳입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대부분의 경우 공식 인정을 피하고 있지만 러시아 본토에 대한 장거리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계획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후방 교란 작전으로 풀이됩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모스크바가 본격적인 전쟁에 빠르게 익숙해지고 있다"며 "러시아는 더 많은 미확인 드론, 더 많은 붕괴와 내전, 전쟁을 예상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전쟁을 먼 얘기쯤으로만 여겨온 평범한 러시아인들에게 충격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드론 공격은 러시아가 지난달 17일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가능케 한 '흑해곡물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흑해 연안의 주요 수출항 오데사와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에 연일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있는 데 대한 보복 성격도 띠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어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드론을 날리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관저가 있는 크렘린궁 상공에서 무인기가 폭발한 사건 이후 모스크바에서만 최소 6차례의 드론 공격이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4일 새벽에도 모스크바 시내 국방부 건물에서 2㎞ 정도 떨어진 콤소몰스키 대로와 남부 리하초프 대로에 있는 건물 2곳에 드론 공격을 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흑해 해상에서 자국 함정들을 공격하려던 우크라이나 무인정들을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오늘 새벽 우크라이나군이 3대의 무인정으로 흑해함대 소속 초계함 '세르게이 코토프' 등 2척을 공격했으나 실패했다"면서 "러시아 함정들은 탑재 무기를 이용해 무인정 3대 모두를 제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초계함들은 (흑해함대 기지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남서방 340㎞ 거리의 흑해 해역에서 선박 통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면서 "공격 격퇴 이후에도 함정들이 임무 수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아이 백일 사진 날렸다" 부모들 분통…달랑 나붙은 종이
- [단독] 금메달리스트도 피해자…배후에는 체조계 실세? (끝까지판다 풀영상)
- 폭우 휩쓸고 가자 흉물 된 '알박기 텐트'…강제 철거한다
- 식당에서 '술값 할인' 허용된다…"음주 부추긴다" 우려도
- 초속 40m 강풍…방향 튼 '카눈', 주말쯤 일 본토 향할 듯
- "꿈의 물질 개발" 국내 기업 발표에 논쟁…"샘플 곧 공개"
- 293개 민간 아파트단지도 조사 돌입…"주거동도 무량판"
- "거짓이면 50억 줄게"…조병규 학폭 주장 A 씨, 공개 검증 제안
- [스브스픽] "내리막서 유모차를!"…아이 이용 보험 사기? '분노'
- [Pick] 버스에서 의식 잃은 승객…경찰 주머니 속 '이것'이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