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오늘을 버리고 어떤 미래를 키우나
선발 투수진이 가장 강점인 키움
주축 최원태 이해 못할 트레이드
개막 전 내세웠던 우승 목표 무색
선수들 ‘가을야구’ 의지 여전한데
프런트는 현장과 동떨어진 행보
비시즌까지만 해도 우승을 노렸던 프로야구 키움이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키움은 지난달 29일 선발 투수 최원태를 내주고 LG로부터 내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202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고형욱 단장은 “구단은 2022시즌이 끝난 후 정상 정복을 위해 나름대로 전력 강화를 준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시즌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조금 더 냉정을 찾고 구단의 현재 전력상 약한 부분 보강과 미래 전력 강화를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이번 트레이드를 결정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배경을 설명했다.
키움은 최근 간판 이정후가 발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전반기 막판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하위권으로 처지며 7월을 9위로 끝냈다. 5위와의 격차는 5.5경기로 벌어졌다.
당초 이번 시즌 시작 전 키움의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돌풍을 일으켰던 키움은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그리고 비시즌에 포스트시즌 동안 발목을 잡았던 약점인 불펜을 보강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원종현을 가장 먼저 데려왔고 임창민, 홍성민 등 마운드를 높이는 데 애썼다. 지난 4월 말에는 타선 정비를 위해 즉시전력감으로 이원석을 트레이드해서 데려오기도 했다.
키움은 개막 후 첫 달 8위에 머무르고 5월에도 하위권에 자리했지만 6월 승률 0.609(14승2무9패)로 순위를 올리며 5강 희망을 키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높은 곳을 바라보는 키움의 목표는 그대로 유지되는 듯했다.
6월 말에는 베테랑 이원석과 구단 최초 다년 계약을 맺으며 반등을 위한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키움은 별안간 현재 대신 미래를 바라보는 트레이드를 했다. 키움의 유일한 장점은 선발진이다. 키움의 선발 평균자책은 3.41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좋다. 그중 주축인 최원태를 LG에 내주고 유망주들과 신인 지명권을 받기로 한 것이다.
트레이드 발표 시기도 이상했다. 키움은 7월28일 경기를 마친 후 다음날 선발 투수로 최원태를 예고한 상태였다. 선발 등판해야 할 투수를 당일에 바로 트레이드하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키움은 최원태의 트레이드로 갑작스럽게 선발 투수를 김동혁으로 교체했다. 김동혁은 2이닝 5실점(4자책)으로 조기 강판됐고 팀은 2-7로 졌다. 키움은 30일 경기에서도 6-10으로 졌다.
그간 현장 선수들 발언을 보면 키움은 5강행을 포기하지 않았다. 김혜성·안우진 등은 “5위와의 격차가 크지 않다. 이정후와 포스트시즌에서 함께 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로 키움은 사실상 가을야구를 포기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같은 목표가 현장과 일치했는지 알 수 없다. 키움의 이번 트레이드는 프런트와 현장의 괴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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