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전문성은 내팽개친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
신문기자 경력 외엔 미디어 분야 경력 없어
정책 식견 보여주지 않고 '언론비판성' 발언 반복
청문 국면서 '언론탄압 이력' '학폭무마 의혹' 쟁점 전망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했다. 지명 전부터 '언론장악 논란' '자녀 학폭무마 의혹' 등이 제기된 상황에서 후보자 지명은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 관련 이력이 전무해 방통위원장으로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언론장악 문제와 함께 지명 직후부터 계속된 언론을 향한 강경한 발언에 따른 우려도 있다.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도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전문성' 없고 '언론관' 우려
이동관 후보자는 1985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한 신문기자 출신이다. 2007년 정치 입문 전까지 기자 생활을 했고 방송, 통신 분야 업무 경력이 없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등을 지냈지만 이는 미디어 분야 경력으로 보기 어렵다.
방통위는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새로운 규범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2023년 방통위 업무과제를 보면 중장기 디지털 미디어 정책비전 설계,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 보호체계 마련, 새로운 법체계 및 윤리 기반 마련 등을 중점적으로 제시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미디어 환경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기술적인 이슈가 많은 상황이라 기술 변화, 환경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오랫동안 산적해 있는 쟁점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풀어나기기 어렵다”며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큰 자리”라고 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출근길 질의응답 때 20년 동안 언론생활을 했다고 했는데, 그만둔지도 20년 가까이 됐다”며 “현안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할 필요가 있는데 지명 후 한 얘기들을 보면 포털과 공영방송 공정성, 가짜뉴스 정도다. 이런 레토릭은 본인이 전문성이 없다는 점과 왜 방통위원장이 되려는지를 함께 보여준다”고 했다.
반면 정파성은 강한 인사다. 정치인 출신이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 '언론 장악'에 관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지명 이후 행보에서도 그의 '언론관'이 드러난다. 그는 1일 과천 임시사무실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산당의 신문 방송을 우리가 언론이라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지명 후 인사말을 통해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각국 정부, 시민단체가 모두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특정 진영만의 우려는 아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동관 후보자 지명에 관해 “정권의 나팔수, 하수인이 되는 방송을 만들고 나서 총선을 치르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제3정당인 '새로운 정당 준비위원회'는 정책팀장 명의의 이슈 브리핑을 통해 “무엇보다 노골적인 정파성이 문제”라고 밝혔다.
현 여권의 '잣대'로도 비판의 소지가 있다. 2019년 지명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방송법 전문 변호사였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당시 야권은 한상혁 위원장에게 '정파성'문제뿐 아니라 '전문성'을 지적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4차산업혁명 시대 방송·통신산업 전반에 걸친 식견을 구비한 인물인지는 의문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전문성 있는 위원장이 필요한 곳이지 '칼잡이'가 필요한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성중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을 확보할 인물이 아니다. 전문성을 찾아봐도 한 곳도 보이지 않아 방통위원장 자격이 없는 분”이라고 했다.
'언론탄압' '학폭무마' 등 의혹 넘을까
청문 국면이 되면 '언론탄압' 이력과 '학폭무마' 등 의혹이 다시 쟁점화될 전망이다.
'언론탄압' 문제는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관련 수사기록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동관 홍보수석실의 요청을 받고 공영방송 인사들을 사찰하고 방송사 지방선거 기획단 현황을 분석하는 등 방송에 개입하는 문건을 작성했다.
국정원의 'MB정부의 문화·연예계 대상 퇴출 관련 건' 문건은 이른바 '좌파연예인'을 색출하는 내용을 담았고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는 손석희, 김미화 등 라디오 진행자들을 '편파방송 진행자'로 지목했다. 이 역시 이동관 홍보수석 재직 시절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된 문건이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동관 후보자의 홍보수석 재직 시절 국정원 직원에게 '진보 성향 특정 일간지의 광고 수주 동향 및 견제 방안'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 관련 수사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이동관 후보자는 1일 관련 의혹에 관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언급하며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어떤 지시 또 실행 그리고 분명한 결과가 나왔다면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겠는가”라며 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했다.
자녀 '학폭무마'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다. 학폭 사건 이후 이동관 후보자가 학교 이사장과 통화해 '외압'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동관 후보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는데 김승유 당시 하나고 재단 이사장은 2019년 MBC에 전학 시기를 미뤄달라는 청탁 성격의 전화라고 밝혔다. 당시 학교폭력위원회도 열지 않은 채 전학을 결정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 이동관 후보자는 지난 6월 입장문을 통해 “선도위원회가 퇴학 다음 무거운 징계인 전학 조치를 내렸다”고 했지만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나고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도위는 개최되지 않았다. 다만 당사자 폭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의혹 제기에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이동관 후보자 부인 인사청탁 의혹도 제기됐다. 이동관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현금을 기념품으로 위장해 담아온 것을 확인한 즉시 돌려주고 민정수석을 통해 이 사실을 신고한 것”이라고 했다. 이동관 후보자는 1일 “매우 지엽 말단적인 얘기”라며 “제가 신고했고 수사가 시작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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