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철근가격 얼마나 올랐기에…그걸 아꼈을까[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순살자이, 흐르지오, 통뼈캐슬….
철근 누락, 침수 등 부실시공으로 인해 붙여진 유명 브랜드 아파트의 별명이다. 특히 철근 누락으로 인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만약 입주 후에 무너졌다면”이라는 상상은 하는 것조차 너무 끔찍하다.
도대체 철근 가격이 얼마나 비싸다고 그걸 아꼈을까?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GS건설의 사업보고서를 찾아보면 철근은 2020년 1t당 68만5000원이었는데 2021년에 무려 95만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인상 폭이 39%나 된다. 2022년에는 인상 폭이 둔화해 1t당 95만7000원이 되었고 2023년 1분기에는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그래서인지 2022년 GS건설은 2020년과 비슷한 8조6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59%나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2년 만에 8%에서 3%대로 내려앉았다.
건설업은 주택조합이나 시행사 등 발주처의 요구에 따라 시공하여 공급하는 도급공사나 직접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개발형 주택사업 등을 한다. 분양가격이나 수주액이 결정된 후에 장기간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수주 후 재료비나 인건비 등이 오르면 손익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이슈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똑같이 겪는 부분이다.
코로나19 이후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의 이익률이 좋지 못했다. 특히 조선업 같은 경우는 건설사처럼 수주 후에 장기간 공사를 진행하는데 중간에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버리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조선업의 주요 원재료인 강판의 1t당 가격이 2020년 66만7000원이었는데 2021년에는 112만1000원, 2022년에는 118만2000원까지 올랐다. HD현대중공업은 2021년 역대급 수주를 달성했지만 68%나 올라버린 원자재로 인해 80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내고 말았다. 다행히 2022년 원자재 가격 인상 폭이 둔화하고 최근에 수주한 선박 건조가 진행되면서 적자가 크게 감소했다.
원자재 아낀다고 배를 허술하게 만들면 인도도 안 되겠지만 조선강국의 위상에 먹칠을 할 수 있으니 손실을 다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 건설을 위해 철근만큼 많이 매입해야 하는 레미콘의 가격도 최근에 오름세여서 건설사들의 손익은 계속 좋지 못할 것 같다. 2020년 1㎥당 6만7700원이었던 레미콘 가격은 2021년 5%, 2022년에 13%나 올랐다. 2023년 들어서 철근 가격은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레미콘은 1분기에만 5%나 올라 이제는 1㎥당 8만4500원이다.
2020년 1t당 7만5000원이었던 시멘트도 2023년 1분기까지 3만원이나 올랐다. 이쯤 되면 철근 누락 외에 아파트의 콘크리트 강도까지 의심해봐야 할 것 같다. 비 오는 날에도 콘크리트를 타설하다가 구청에 민원이 접수된 사건도 있어서 가뜩이나 찝찝한데, 가격까지 많이 올라서 더 불안해 보인다.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건설 현장에 대한 전면 재시공 결정으로 GS건설의 실적과 재무구조는 매우 악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보다 더 큰 손실은 브랜드 가치 하락과 전 세계에서 극찬받았던 한국의 토목, 건설 산업 명성에 금이 간 것이다. 이를 회복하려면 2021년 전후로 짓기 시작한 모든 아파트를 전수조사하는 식의 좀 더 강력한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과 국내외 발주처들도 다시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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