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부진에도 뜨거운 ‘HMM 인수전’…하림·SM·LX·동원 4파전
자산 총액 ‘17조’ 하림 가장 앞서
현금 보유 상황은 LX그룹 ‘여유’
예비입찰제안서 접수 21일 마감
11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예정
올 하반기 가장 큰 매물로 꼽히는 대형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이 초반 4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는 21일 마감하는 예비입찰제안서 접수에 SM, 하림, LX, 동원그룹이 공개적으로 관심을 나타냈거나 내부적으로 참여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MM 지분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입찰 참여 기업의 자금조달력, 경영능력 등을 고려해 오는 11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2013년 유동성 위기를 겪자 6조8000억원 공적자금을 받고 2016년 7월부터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지 7년 만이자 현대상선 전신인 아세아상선이 1976년 설립된 지 47년 만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후보군(대기업집단)의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순위는 지난해 말 하림(27위), SM(30위), LX(44위), 동원(54위) 순이었다. 자산 총액은 하림이 17조298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SM 16조4830억원, LX 11조2730억원, 동원 8조9050억원이었다.
이들이 실제 HMM 인수에 참여했을 때 자금조달력은 얼마나 되는지를 재무상태표로 알아봤다. 각 기업 비금융계열사의 지난해 말 또는 올 1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장·단기 금융상품을 모두 더했다(개별 기준).
하림그룹 49개 계열사의 여유자금은 1조2453억원이었다. 주요 계열사별로는 해운선사인 팬오션이 5937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사료사업 등을 하는 팜스코가 1157억원, 또 다른 사료업체 제일사료가 583억원이었다.
지주사인 하림지주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올 1분기 현금 보유력이 1조4891억원이라고 공시했다.
하림그룹은 2015년 팬오션 때 협력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이번에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HMM 인수에 나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후보 기업 중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SM그룹은 60개 계열사가 1조897억원 여유자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SM상선이 5805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SM하이플러스(1820억원), 남선알미늄(628억원), 창명해운(323억원) 순이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지난달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인수를 위해 최대 4조5000억원을 마련했다”면서도 “적정 인수가는 4조원”이라고 말했다.
LX그룹은 후보군 중 가장 여유자금이 풍부한 편이다. 15개 계열사의 현금 보유력이 1조6012억원이다.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이 3585억원(개별 기준)인데 종속회사까지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1조3938억원이다.
다른 계열사의 현금은 LX세미콘 4331억원, LX하우시스 230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동원그룹 26개 계열사의 현금 보유력은 4820억원 수준이다. 계열사별로는 동원시스템즈 1146억원, 동원산업 739억원, 동원로엑스 626억원 등이었다.
통상적으로 인수 기업은 거래대금의 60%를 자기자본으로 마련한다. 각 그룹의 여유자금 규모를 고려하면 후보들은 하림처럼 재무적투자자(FI)나 다른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MM 주가가 거래 마지막까지 어떻게 변할지도 관심거리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20일 장 마감 후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주식 전환분까지 포함해 HMM 지분 38.9%(3억9900만주)를 매각하겠다고 공고했다. 전환권과 신주인수권 행사 시기는 오는 10월이다.
지분 매각 계획을 발표한 당일 2만300원까지 올랐던 HMM 주가는 지난달 25일 1만630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종가로 산술계산하면 8조997억원에서 6조5037억원으로 닷새 만에 1조5000억원이 빠져나간 셈이다.
이는 영구채 주식 전환이 신주를 발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며 기존 주주의 보유 주식 가치가 떨어진다(희석화)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계획대로 주식 전환분까지 매각하더라도 4건의 전환사채(3억3600만주)를 보유해 잠재 지분율은 32.8%에 이른다. 남은 CB와 BW의 주식 전환 가능 시기는 내년 5·6·10월과 2025년 4월이다.
인수 희망 기업으로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까지 주가가 내려가는 게 유리하다. 산은은 통상적으로 계약일 기준으로 2개월, 1개월 등 기간별 주가를 가중평균해 기준주가를 정한 후 할인율을 적용, 매각 기준가격을 산정한다.
시장에서는 HMM 매각대금을 5조~8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운업 업황이 계속 부진한 상태고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도 크지 않은 만큼 주가는 실적보다는 매각 이슈와 영구채 처리 방안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주당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주가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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