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쉼터가 북한? 동해 바다?…‘안전디딤돌’ 안내 부실
[KBS 춘천] [앵커]
'폭염도 재난이다' 연속 기획 보도입니다.
노인이나 저소득층에게 폭염이 더 무서운 건 피할 방법이 없어서입니다.
그래서 마련된 게 무더위쉼터인데, KBS가 안전디딤돌 앱 안에서 강원도 내 1,500개의 쉼터를 일일이 찾아봤더니, 갈래야 갈 수 없는 곳이 허다했습니다.
이청초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무더위 쉼터의 위치는 행정안전부의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앱을 들어가 보면 쉼터 이름과 주소, 지도 위치까지 상세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꼭 다 그런 건 아닙니다.
휴대전화 화면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디딤돌 앱에 들어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현내면의 한 야외쉼터인 산학리 정자를 검색했습니다.
지도를 누르자 초록색 들판 한가운데 표시가 뜹니다.
지도 축척을 줄여봤더니, 휴전선 위 북한으로 나옵니다.
이번에는 양양의 야외 잔교쉼터입니다.
첫 화면부터 파란색 바탕이 뜹니다.
마찬가지로 축척을 변경해보면 고성 앞바다 한가운데가 나옵니다.
양양과 고성 일부 쉼터는 설악산 꼭대기로 나오기도 하고, 경기도 연천이나 경남 통영으로 찍히는 쉼터도 있었습니다.
주소에 문제가 없는 곳은 괜찮을까?
안전디딤돌 안내대로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춘천시 우두동의 한 야외쉼터.
시골 마을의 밭이 나옵니다.
앉을 수 있는 의자는커녕 그늘막조차 없습니다.
이곳이 무더위 쉼터라는 얘기는 주민들도 금시초문입니다.
[주민/춘천시 우두동/음성변조 : "무더위쉼터는 여기는 없는데. 저기는 뭐 은행나무밖에 없잖아요. 이 동네에는 없어요. 쉼터가 여기는."]
KBS가 안전디딤돌에 나온 강원도 무더위쉼터 1,500여 곳을 전수 조사해 봤습니다.
228곳의 지도가 잘못 표시돼 있습니다.
전체 15%에 이릅니다.
시군별로 보면, 양양의 오류율은 무려 98%에 달합니다.
전체 40곳 가운데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잘못 표시돼, 안전디딤돌 지도로는 쉼터를 찾을 수 없는 겁니다.
정선과 고성, 횡성이 오류율 40%대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양양군 재난방재 직원/음성변조 : "지금 이걸(안전디딤돌) 시행한 지가 많이 오래되지 않아서, 정확하게 정착되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좀 개선방안을 찾아서."]
행정안전부가 안전디딤돌 앱을 개발하고 구축하는 데 들인 돈은 10억 원.
올해 유지 관리비에만 1억 원 넘게 들었습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이장주
이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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