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신상공개’…공감대 이뤘지만 기관 힘겨루기?

이유민 2023. 8. 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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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억하십니까?

'박사방' 조주빈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 착취물을 만들고 퍼뜨리면서 한 말은 "절대 나를 알 수 없다" 였습니다.

피해자들에게 범죄자의 신상은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아무리 호소해도 현행법에서 공개를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사 대상인 '피의자'가 아니라, 재판 중인 '피고인'인 경우입니다.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국회가 법을 바꾸기 위한 논의 들어갔습니다.

여야와 정부 기관 모두 필요하다고 공감했지만 처음 예고했던 처리 시한, 7월을 넘겼습니다.

법원과 법무부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인데 뭐가 문제인지, 이유민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부산 돌려차기 사건 범인은 끔찍한 강력 범죄를 저질렀지만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신원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재판 중엔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신상을 공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6월 2일/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출연 : "피고인이 돼 버려서 (경찰에서는) 권한이 없대요. 지방 검찰청에 청원을 넣었더니 2심 재판 중이라 안 된대요."]

수사 중엔 신상공개가 가능하고 재판 중엔 불가능한 게 말이 되냐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정치권은 제도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7월 5일 : "빠른 시일 내에 7월 내에 최우선 법안으로 국회에서 통과가…"]

[권칠승/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6월 18일 : "관련된 법들이 여야 막론하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모처럼 여야 모두 공감대를 이루면서 속도감 있게 시작된 논의는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지난달 법사위 소위 회의록.

재판 중 검찰이 신상공개를 결정하게 한 법안에 법원이 이의를 제기합니다.

검사는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과 동등한 지위인데 검사만 '신상공개'라는 무기를 추가로 갖게 된단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가처분처럼 다른 재판부가 결정하게 하자, 제안합니다.

그러자 법무부는 법원이야말로 유무죄 판단 전에 신상공개를 결정하면 심증을 공개하는 게 돼서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법원행정처와 법무부의 논쟁 후, 논의는 일단 중단됐고, 빨라야 이달 말 재개될 거로 보입니다.

양측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또 기관 간 힘겨루기로 흘러가면 논의가 한없이 지연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손동권/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수사 단계에서 공개하듯이 기소 이후에도 민간인 심사위원들 구성해 가지고 신상공개위원회 구성해 가지고 법원에서 하면 되는 거죠."]

해외의 경우 재판에 넘겨진 후에는 미국, 영국 등은 별다른 제약 없이 신상을 공개하고 일본은 언론이 판단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여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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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to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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