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살인 예고’…협박죄 처벌은 글쎄
“법 개정 통해 엄벌” 주장에 일각선 “징벌 대응 공포 키워”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를 놓고 시민 불안이 가중되는 만큼 사이버 테러 위협으로 보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징벌 위주 대응이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 부딪친다. 공공안전과 표현의 자유가 균형을 맞추도록 해당 행위에 대한 벌금형 등을 새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흉기 난동 사건 이후 1일까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살인 예고 게시물은 총 6건이다.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월요일 신림역에서 한남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같은 달 24일 디시인사이드 남자연예인 갤러리에 “수요일에 신림역에서 한녀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이 게시되자 ‘맞대응’ 성격의 게시물이 올라온 것이다.
경찰은 게시자들에게 협박죄를 적용할 참이다. 그러나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협박 주체가 협박 내용을 실현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경우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살인 예고 게시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받기 위해 젠더 갈등과 관계없는 범죄를 특정 성별에 대한 혐오로 연결 지어 글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를 협박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무법인 공간의 김한규 변호사도 “구체성이 없고 현실화할 가능성이 부족해 협박죄로 처벌하긴 어렵다”고 했다.
법을 개정해 무차별 살인 예고 게시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살인 예고글을 올리는 행위도 테러 예비 및 협박 행위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살인 예고자에게 테러방지법을 적용해 강하게 처벌하자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테러로 보고 엄벌해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처벌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배 교수는 “테러방지법을 적용해서 국정원 등 정보기관이 개입해버리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아 사회를 공포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테러방지법, 살인예비와 같은 무시무시한 혐의를 적용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게시물이 올라오는 것만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시민들이 있는 만큼 벌금형 등을 선고할 수 있는 법을 새로 만드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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