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무기계약직 전환된 기간제 노동자, 호봉 깎는 건 차별”
사측에 호봉정정 등 소송
재판부 “동일노동 동일임금”
깎인 만큼 임금 등 지급해야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기간제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호봉을 대폭 깎은 공공기관의 조치는 ‘차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면 임금도 정규직과 같아야 한다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판결문에 못 박았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제1민사부(부장판사 강효인)는 지난달 25일 국토안전관리원(구 한국시설안전공단·이하 관리원) 직원 A·B·C·D씨가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호봉정정확인 및 임금 등 청구소송에서 A씨 등의 청구를 전부 인용했다. 관리원은 이들의 깎인 호봉에 해당하는 기본급과 명절휴가비 약 1억8214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관리원에 기간제로 입사한 A씨와 B씨, C씨는 2017년 12월31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해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펴면서다. D씨는 2014년 인사지침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관리원은 2017년 A·B·C씨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세 사람의 호봉을 2호봉으로 일괄 조정했다. D씨 등 이전에 전환된 기간제 노동자들은 종전 경력 등을 모두 인정했는데, A·B·C씨에게는 ‘입사·전환 절차가 다르다’며 차등을 뒀다. 관리원은 2019년 11월11일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통폐합하면서도 차별했다. 기존 정규직은 일반직 1~6급으로, 기존 무기계약직들은 7~9급에 배치했다. 해당 노동자들은 이 같은 대우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며 깎인 임금을 돌려달라고 했다. 기존 호봉이 반영됐다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A씨는 17호봉, B씨는 9호봉, C씨는 16호봉에 해당하니 이에 맞는 임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A·B·D씨는 일반직 통폐합 과정에서 불합리하게 하위 직급에 편성된 탓에 받지 못한 기본급과 명절휴가비를 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노동자들의 주장을 전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채용절차의 차이가 무기계약직 입사·전환 후 업무수행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만한 뚜렷한 자료가 없고, 따라서 이러한 차이만으로는 차등 대우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원칙에 위배되는 근로계약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의사합치에 기초한 것이라도 무효”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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