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교육청 ‘학교 변호사’ 첫 도입…줄 잇는 교권 보호 대책
세종, 변호사 10명 공모
대전선 ‘1교 1변호사’ 추진
악성 민원 예방책도 눈길
충남·전북은 ‘상담 예약제’
경기, 교권 보호 지원단 구성
인권조례 강화 움직임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전국 교육청에서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악성 민원을 교사 개인이 처리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보완에 방점이 맞춰졌다. 아동학대 등 법적 소송에 맞서 교원을 보호하는 지원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교육청은 학교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사안이 발생하면 즉각 법률 자문을 하는 ‘학교변호사 제도’를 전국에서 처음 시범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교육 관련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변호사 10명이 전담 학교를 나눠 법률 지원을 맡는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위촉 변호사 10명 모집을 위해 관련 공문을 발송해 놓은 상태”라며 “향후 학교변호사 제도를 통해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의견 수렴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차원의 종합대책 발표 전까지 교권 보호 세부 지침을 마련하기로 한 대전시교육청도 변호사 한 명이 학교 한 곳을 맡아 지원하는 ‘1교 1변호사제’ 등을 준비 중이다.
경북도교육청은 이달 중으로 ‘교권 보호 긴급 지원단’을 조직한다. 변호사·전문상담사·의료인·퇴직 교원 등으로 구성된 지원단이 다음달부터 피해 교원이 근무 중인 학교를 찾아 행정 절차, 분쟁 조정 등을 돕는다. 교권 침해로 형사처벌이 가능하거나 스토킹 등에 따른 접근 금지 조치가 필요하면 즉시 수사기관에 고발해 피해 교원을 보호할 계획이다. 소송이 진행될 경우 민사는 최대 2억원, 형사 5000만원까지 지원한다.
경기도교육청도 ‘법률자문단’을 통해 정당한 교육활동 과정에서 아동학대 등 법적 소송이 들어오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을 충원해 교육권보호센터를 강화한다. 분야별 1 대 1 전담제를 운영해 교권 침해가 발생하면 빠른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교원배상책임보험을 통해 정당한 업무 수행 중 고의가 아닌 사고가 발생한 교원의 배상 책임도 지원한다. 보호센터에서 이뤄진 심리 상담은 2018년 60건 수준에서 지난해 408건으로 크게 늘었다.
교육 현장에서 가장 요구가 많은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권침해 문제를 보완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민원 응대 방식을 ‘개인 대 개인’에서 ‘개인 대 기관’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전교조 충남지부가 지난달 25~27일 충남 지역 교사 4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79.4%(375명)가 “교사가 직접 연락을 받지 않는 등의 민원 처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업무용 휴대전화(229명·48.5%)와 학부모 상담·연락 기준(227명·48.1%)을 마련하고, 학부모 민원 전담자(146명·30.9%)를 지정하는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충남도교육청은 악성 민원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학교 방문 예약제를 도입하고,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는 악의적 민원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학교 교칙을 개정해 생활지도권을 명시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생활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을 수업에서 즉각 배제하거나 출석을 정지시키는 등의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북도교육청 역시 교사 보호를 위한 상담 시스템을 구축한다.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은 “상담 예약시스템을 도입해 사전 약속 없는 상담은 거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상담실에는 자동 녹화 기능을 갖추고 교사가 요구하면 교장, 교감 등 관리자가 동석한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민원이 접수되면 매뉴얼에 따라 교장 등 관리자에게 전달되는 전자·ARS 민원 시스템도 운영할 방침이다. 또 상담·조사·법률·심리 지원 등을 위한 ‘교권보호 긴급지원단’도 구성한다. 5년차 이하 교사를 대상으로는 심리 검사도 진행한다.
전북도·대구시교육청은 교원의 휴대전화 번호 노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를 보호하기 위한 교원 안심번호 서비스를 확대 운영한다.
전교조 충남지부 한 관계자는 “민원 발생의 책임이 온전히 교사들에게 전가되는 현실 속에서 교육청은 민원 관련 관리자를 두거나 교육청의 역할과 책무를 명확히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며 “교사의 공적인 교육 활동의 침해 행위에 대해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지금의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현행 학생인권조례에 교권을 강화하는 조항도 추가한다. 우선 학생 인권 보호에 관한 내용만 담겨 있는 부분(4조 책무에 관한 규정)에는 ‘학생 및 보호자는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기한다. 학생이 교직원과 다른 학생 등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는 법령과 학칙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한다. 훈육 규정에 ‘학부모 교육 부과’ 조치를 추가해 학부모의 교육적 책임도 분명히 하기로 했다.
강정의·김창효·김현수·최인진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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