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돈인데”…갈 길 먼 폭염 속 휴식권
[앵커]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내린 6월 19일.
창고형 마트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옮긴 카트가 200개, 만보기에 찍힌 이동 거리는 17km였습니다.
숨진 원인은 '온열에 의한 탈수'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물류업체 쿠팡의 노동자들은 오늘(1일) 처음으로 폭염 속 쉴 시간을 보장하라며 하루 동안 파업을 벌였습니다.
폭염특보에는 한 시간에 10에서 15분은 쉬게 하라는 게 정부 권고입니다.
살아 남기 위한 이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요?
황다예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뙤약볕이 내리쬐는 낮 12시, 마트 배송 노동자 김태원 씨가 가장 바쁜 시간입니다.
폭염경보인데 좀 쉬란 말에 손사래를 칩니다.
[김태원/온라인 마트 배송 노동자 : "되게 큰 태풍 왔었잖아요, 나무 쓰러지는 거 옆에 있으면서 보면서도 배송을 했어요. 배송시간 지켜야 해서."]
하루 이틀 휴가라도 가려면 내 돈으로 대체 인원을 구해야 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
[김태원/온라인 마트 배송 노동자 : "돈을 따로 주고 제가 용차를 쓰는 거에요. 1회전당(반나절) 작으면 12만 원에서…"]
고장 난 차량 에어컨 고칠 시간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트 배송 노동자가 하루를 보내는 차량 안입니다.
이미 내부 온도는 이렇게 40도가 넘고 차 시트 온도는 55도가 넘습니다.
월 26일 꽉 채워 일해 버는 돈은 300만 원 남짓.
기름값 등을 빼면 손에 쥐는 건 250만 원 안팎입니다.
기본 할당량을 채우고 추가 배송을 해야 수당을 받을 수 있어 지자체가 마련했다는 쉼터는 구경도 못 했습니다.
[김태원/온라인 마트 배송 노동자 : "1분 1초가 저희한테는, 시간이 돈이잖아요. 제가 애가 셋이다 보니까 가장이라는 무게가..."]
한낮 표면 온도가 49도까지 올라가는 아스팔트 위, 환경미화원 김대국 씨도 폭염과 싸우며 하루를 보냅니다.
[김대국/환경미화원 : "오후에는 걷다가도 힘이 그냥 쫙 빠지고,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하고요."]
의정부시에 11개 휴게 공간이 마련됐지만, 차로 15분 넘게 이동해야 합니다.
[정재영/환경미화원 :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화장실도 없고, 샤워실도 없고, 그리고 주차할 공간도 없어요."]
결국, 선택한 휴식처는 길거리.
폭염 속 쉴 권리는 노동자에겐 아직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최근 3년간 폭염으로 인한 산재 사망자는 해마다 늘었습니다.
KBS 뉴스 황다옙니다.
촬영기자:안민식 강현경/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박미주
앵커 멘트 중 코스트코 노동자가 옮긴 카트 수를 '하루 200개'에서 '한 시간 200개'로 바로잡고 앵커멘트를 재녹화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황다예 기자 (allyes@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단독] 주주 배당 줄이더니 이틀 뒤 주식 증여…세금 줄이려고?
- [단독] 850억 증여세 현금 완납…건물 내부거래로 증여세 마련
- “시간이 돈인데”…갈 길 먼 폭염 속 휴식권
- [단독] 철근 누락 감리업체, 6번이나 부실 감리 적발
- 폭염 언제까지, 태풍의 영향은?
- [단독] 칼, 도끼 챙겨 찾아간 그곳엔…“아버지로서 이 정도도 못하냐!”
- 민주 김은경, ‘노인 폄하’ 논란에 “마음 상했다면 유감”
- [단독] 8500억 데이터바우처 사업…지원금 받아 수수료까지 ‘펑펑’
- 베일 벗은 올 여름 한국영화 빅4…누가 웃을까?
- 하늘에서 치킨이?…성남에서 국내 최초 드론 배송 상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