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정당·노동까지…‘시국사건’ 수사, 사실상 검찰 손에

강연주·이혜리·이유진 기자 2023. 8. 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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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시행령 개정 논란
국무회의 참석한 원희룡·한동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경 ‘사전 협력’ 대상 확대
집회·선거법 등 현안 수두룩
법무부 ‘협력 강화 차원’ 주장
민변 “검찰의 수사 개입 우려”

법무부가 수사준칙 개정안에서 경찰 수사단계에 검찰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중요 사건에 ‘대공’ ‘노동’ ‘집단행동’ ‘선거범죄 중 정당 및 정치자금’ 사건을 추가한 것을 두고 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와 직결된 사건 수사를 검찰이 초기부터 통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중요 사건에 추가된 것 중 ‘노동’은 건폭몰이 등 정부의 반노조 정책, ‘집단행동’은 집회·시위의 자유 축소 기조와 맞물리고, ‘선거범죄 중 정당 및 정치자금’은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사에서 보듯 정국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지난달 31일 입법예고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을 살펴보면, 법무부는 개정안 제7조에 검경 사전 협력의 대상인 중요 사건으로 대공, 선거(정당 및 정치자금 관련 범죄 포함), 노동, 집단행동 사건을 명시했다. 기존에는 ‘내란, 외환, 선거, 테러, 대형참사, 연쇄살인,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국가적·사회적 피해가 큰 중요한 사건’만 규정했는데 새로 추가한 것이다.

‘대공’ ‘노동’ ‘집단행동’ ‘선거범죄 중 정당 및 정치자금’ 사건은 공안 영역으로 분류된다. 현행법은 검찰이 공안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난해 개정한 시행령에서 선거범죄 중 일부를 부패범죄로 재분류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검찰이 공안사건 전반에서 경찰의 수사 단계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중요도 높은 사건에 대한 검경의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검경 간 핑퐁식 수사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공 수사의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는 것을 감안했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과 실무적인 필요성을 고려했으며 어떤 한 가지 형태의 범죄로 치우쳐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찰은 지난해 수사준칙 관련 검경협의체(책임수사시스템정비협의회)에서 대공·노동 사건 등이 검찰과의 사전 협의 사항으로 명시되는 것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추가된 사건 유형은 윤석열 정부 들어 현안으로 떠오른 것들이다. 대공 수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형법상 간첩죄에 관한 것이다. 집단행동 수사는 집회·시위 관련 사건, 노동사건 수사는 노조의 파업 등을 다룬다. ‘선거범죄 중 정당 및 정치자금’의 경우 민주당 돈봉투 의혹과 같은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해당된다. 모두 현 정부의 주요 관심사다. 정부는 건설현장 노동조합의 갈취·폭력 단속을 명분으로 건폭몰이를 하는 등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창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 위원장)는 1일 “이번 개정안은 검찰이 우월적 지위에서 경찰 수사를 지휘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수사지휘권의 복원”이라면서 “특히 대공, 노동 등 논란이 되는 사건에서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핀셋’으로 경찰 수사에 개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연주·이혜리·이유진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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