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못 맞춘 ‘냉방 복지’

김향미 기자 2023. 8. 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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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원 실태 조사
피할 수 없는 더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1일 서울 종로구 쪽방촌에 설치된 ‘쿨링포그’ 아래로 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장마 후 온열질환 환자 일평균 70여명
노인·저소득층, 10명 중 1명 에어컨 없어
있어도 절반 이상은 ‘전기료 부담’ 못 틀어
더위 쉼터 확대·‘맞춤 대응 정보’ 등 필요

폭염이 이어지면서 연일 수십명씩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개인이 처한 경제·사회적 환경이나 신체적 대처 역량이 다르므로 건강 피해도 달리 나타난다. 노인과 저소득층, 야외노동자 등 폭염 취약계층(민감계층)에 대한 대응책을 대상별로 세분화하고 ‘냉방 복지’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67명이 발생했다. 장마가 끝난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온열질환자는 총 431명(일평균 71.8명),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10명이다.

지난 5월20일부터 7월31일까지 질병청 감시체계에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1191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051명이었다. ‘역대급 폭염’이 닥쳤던 2018년(2355명) 이후 가장 많다.

올해 온열환자 현황을 살펴보면 발생 장소는 실외 작업장(31.5%)이나 논밭(14.3%)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28.3%에 달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12월 발간한 ‘폭염 민감계층의 건강 피해 최소화 방안’ 보고서에는 그해 8월 1500명을 대상으로 폭염 관련 실태를 조사하고 노인·저소득층·야외노동자 등 폭염 취약계층 21명을 심층 면담한 결과가 실렸다.

노인과 저소득층은 일반 인구집단보다 에어컨 보유율이 낮았다. 또 에어컨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전기료 등을 이유로 절반 이상(노인 64.5%, 저소득층 68.6%)이 이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거주지의 환기가 어렵다는 응답(15.2%)이 일반 인구집단(8.6%)보다 많았는데 이 때문에 더위를 피할 다른 장소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저소득층은 공공시설(경로당·복지관 등)을 더위 회피 장소로 활용했지만 이용 수준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진은 “공간 확대와 홍보 등을 통해 더위 회피 장소로서 공공기관의 역할을 활성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거주지에서 가까운 민간시설(은행·백화점·마트·카페 등) 자원의 활용·협력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보고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폭염 취약계층은 폭염 위험성 인지나 인프라 정보 습득, 폭염 시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는지 등 사회적 지지 측면에서 일반 인구집단보다 어려움을 겪었다. 야외노동자들은 폭염 관련 정보는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직업 환경상 보호받지 못했다.

연구진은 대상별로 세분된 폭염 대응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집과 가까운 무더위 쉼터 위치, 기저질환자들이 지켜야 할 건강 정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외국어 폭염 정보 등을 필요에 따라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의료진·복지서비스 종사자들의 폭염에 대한 인식 및 대응 역량을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야외노동자 건강을 위한 대책은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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