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흙 쏟아질듯한데 비닐만 '칭칭'…위태로운 지리산
넉달 전 밀착카메라는 지리산에서 골프장 짓겠다며 나무 수만 그루를 베는 현장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최근 내린 큰 비로 산사태 위험은 없는지 점검하러 다시 가봤더니, 역시나 금방이라도 흙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비닐로 덮어놓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애꿎은 주민들만 태풍까지 올까 불안에 떨고 있는데, 밀착카메라 함민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곳은 지리산 중턱입니다.
대규모로 나무를 베어낸 곳에 비닐을 덮어놓았습니다.
흙이 흘러내리는 걸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 설치한 겁니다.
얼마 전 큰 비가 내렸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흙탕물이 내려온다며 신고했습니다.
산사태 위험이 커진 겁니다.
지난 4월과 비교해 봤습니다.
벌목 지역이 넓어졌고, 곳곳이 훼손됐습니다.
산을 직접 둘러봤습니다.
지반이 무너지고 울퉁불퉁해졌습니다.
최근 내린 장맛비로 땅이 움푹 패였습니다.
160cm인 제 키와 거의 비슷할 정도인데요, 사람 5명이 충분히 들어갈 정도의 크기입니다.
금방이라도 흙이 쏟아질 것 같은 곳도 있습니다.
[신일용/사포마을 주민 : 저기 한 번 보시면 뭔가로 툭 건드리면 떨어질 것 같지 않습니까? 나무를 벌목하고 나서 포클레인으로 깎아낸 건데.]
옆을 보시면 나무뿌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요, 비가 오면서 물에 쓸려 내려가는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손으로 살짝만 쳤는데도 흙이 그대로 떨어질 정도입니다.
바로 위쪽을 보시면 나무들을 베어낸 곳인데요, 흙이 더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비닐을 설치해놨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당초 허가를 받았던 곳은 축구장 30개 면적인 21만 제곱미터였습니다.
하지만 허가 없이 다른 곳에서도 나무는 잘려 나갔습니다.
야생초 군락지도 일부 훼손됐습니다.
[전경숙/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대위 관계자 : 이 밑에는 펄과 자갈과 모래로 구성된 게… 산사태에 취약한 지형이에요. 이 지형 자체가.]
상황이 이런데도 지자체가 내놓은 대답은 황당합니다.
[구례군청 관계자 : (산사태) 위험지수는 좀 낮은 곳이었거든요. {비닐 덮어두는 것 외에 다른 건?} 미리 대응 가지고 할 만한 데는 사실은 거기 없고요.]
벌목한 나무를 치우기 전까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도 했습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비닐이 작은 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큰비가 오면 답이 없습니다. 오히려 비닐 덮은 곳에 떨어진 빗물이 한군데로 모이게 되거든요. 그곳에서 산사태가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주민들은 태풍까지 온다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박현무/사포마을 이장 : 이게 내려가면 결과적으로 우리 마을로 오고, 요걸(비닐을) 깐다고 해서 뭐 대책이 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골프장을 짓겠다며 베어낸 수만 그루의 나무들.
마을 주민들은 장마철 내내 산사태 걱정에 마음을 졸여야만 했습니다.
지자체는 여전히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함민정입니다.
(화면제공 :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영상그래픽 : 이송의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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