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쿠데타벨트' 5천600㎞ …서쪽 기니에서 동쪽 수단까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발생한 쿠데타에 지역 공동체가 군사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자 인접국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아프리카 국가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지난달 30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니제르가 1주일 안에 헌정 질서를 회복하지 않으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며 압박했다.
이에 니제르 서쪽 접경국 말리, 부르키나파소는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외국의 니제르 군사 개입은 자국에 대한 전쟁 선포로 간주하겠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기니는 이에 앞선 지난달 30일 별도의 성명으로 "군사 개입을 포함해 ECOWAS가 권고한 제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니제르에 대한 외국의 군사 개입에 대항하고 나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기니 등은 모두 최근 3년 이내에 쿠데타 등으로 군부 정권이 들어선 국가다.
이 밖에 동쪽의 차드와 수단도 마찬가지로, 니제르의 쿠데타마저 성공한다면 서쪽의 기니에서 동쪽의 수단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5천600㎞를 가로지르는 '쿠데타 벨트'가 만들어진다. 사하라사막과 중부 아프리카 초원지대 사이 반건조지대인 사헬을 포함하거나 인접해 있다는 것도 이들 국가 사이의 공통점이다.
서쪽부터 동쪽으로 '쿠데타 벨트' 국가들의 군정 수립 과정 등 면면을 정리했다.
기니
기니에서는 무리한 개헌으로 3선 연임에 성공한 알파 콩데 대통령이 2021년 9월 군부 쿠데타로 쫓겨나고 마마디 둠부야 대령이 이끄는 군정이 들어섰다.
당시에는 대다수 국민은 물론 야권 인사들도 2010년 최초의 민선 대통령으로 선출된 콩데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반발해 쿠데타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군정이 작년 5월 모든 시위를 3년간 금지하고 민정 이양을 지연시키면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애초 민정 이양 전까지 과도 통치 기간으로 3년을 제시했던 군정은 국내와 역내 국가 연합체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등의 반대로 지난해 10월 이를 2년으로 단축했으나 반발하는 야권이나 언론에 대한 압박은 지속하고 있다.
말리
2020년 8월 치안 악화와 총선 결과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 과정에 군부 쿠데타로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당시 대통령이 축출됐다.
군부 지도자 아시미 고이타 대령은 2021년 5월 2차 쿠데타로 과도정부 대통령마저 몰아내고 스스로 대통령에 오른 뒤 지난달 개헌 국민투표를 거쳐 2024년 2월 대선을 약속했다.
말리 군정은 러시아의 바그너 용병들을 끌어들이며 지난해 8월 현지 프랑스군을 철수시켰고, 유엔평화유지군(MINUSMA)까지 결국 올해 안에 철수하도록 했다.
말리에서는 2012년부터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급진세력과 연계된 무장단체와 분리주의 세력의 준동으로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르키나파소
지난해 1월 폴 앙리 산다오고 다미바 중령의 쿠데타로 로슈 카보레가 쫓겨났다.
그러나 8개월 만인 같은 해 9월 제2차 쿠데타로 이브라힘 트라오레 육군 대위를 수반으로 하는 군정이 들어섰다.
34세이던 작년 10월 임시 대통령에 취임하며 세계 최연소 정부 수반이 된 그는 말리의 전철을 밟아 자국 주재 프랑스 대사를 추방하고 바그너 용병을 끌어들였다.
결국 지난 2월 프랑스군은 모두 철수했고, 군정은 2024년 7월까지 민정 이양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차드
차드는 30년간 장기 집권한 이드리스 데비 전 대통령이 2021년 4월 반군의 공격에 의한 부상으로 숨진 이후 그의 아들인 5성 장군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가 이끄는 과도 군사 정부가 통치하고 있다.
차드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타계 시 국회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행해야 하지만 차드군은 헌법 정지, 의회 해산 등을 실시해 사실상의 쿠데타로 평가된다.
데비 과도군사위원회 의장은 18개월의 군정 실시 이후 민주 선거를 치르겠다는 애초 약속을 어기고 지난해 10월 군정을 2년 연장했다.
그는 지난 30일 니제르 수도 니아메를 방문해 억류 중인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과 쿠데타를 주도한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을 각각 만나기도 했다.
수단
수단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이 2019년 8월 쿠데타를 일으켜 30년간 장기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했다.
이후 군부와 민간이 권력을 공유하는 태생적 불안정성을 보유한 수단 과도정부가 들어섰고,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은 결국 2021년 10월 과도정부를 무너뜨리며 권력을 장악했다.
그러나 이들은 민정 이양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드러내며 반목하기 시작했고, RSF의 정부군 통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 끝에 지난 4월 15일부터 무력 충돌에 돌입했다.
석 달 넘게 이어진 양측의 분쟁으로 지금까지 3천여 명이 사망했고 6천여 명이 다쳤으며 30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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