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 한 국선 사례…"얘기 듣고 싶어도 못들어요" 항변도
올해로 20년이 된 국선전담변호인제, 국선 변호사는 얼굴 한 번 보기 힘들고, 변론도 제대로 안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습니다. 저희가 취재해 보니, 불성실한 변호사도 문제지만 국선 변호사들에게 너무 많은 사건이 몰린다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조해언, 여도현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조해언 기자]
지적 장애가 있는 21살 딸이 집 주변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어머니는 형편상 국선 변호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자 어머니 : 조언을 듣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컸었죠.]
하지만, 한 달 동안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습니다.
[피해자 어머니 : (국선변호사가) '지정이 됐다'라고 하는 문자만 받았지, 어떠한 전화나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재판 날짜가 정해졌는데도 아직 연락도 없습니다.
탄원서를 쓰면 도움이 될 거란 말을 들은 게 전부입니다.
[최숙경/광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 : 피해자 가족들은 (국선변호사에게) 어느선까지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지에 대한 수위 조절을 상당히 난감해 합니다.]
법무부는 올해부터 성실하지 않은 피해자 국선을 평가해서 퇴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단체의 반대에 부딪혔고 반년째 별다른 결과물이 없습니다.
개개인의 자질 문제가 큽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도 함께 봐야 합니다.
지난해 피해자 국선변호사 635명이 맡은 사건은 4만 건 가까이 됩니다.
한명이 평균 60건을 맡았습니다.
5년 전 보다 사건은 두배 정도 늘었지만 늘어난 국선은 40명 정도입니다.
피해자를 면담해 법원에 의견서를 내고 가해자의 수사와 재판까지 챙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는 겁니다.
[여도현 기자]
책장에 사건 서류가 빼곡합니다.
바닥에 있는 상자와 여행가방에도 재판 기록들이 가득찼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피고인들을 돕는 국선변호인 사무실입니다.
[손영현/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 변호사 : 여기까지 해서 오늘 진행하는 재판 기록이고 나머지는 어제 새로 신건 온 내용이랑.]
기록을 파묻히다 보면 어느새 재판입니다.
[손영현/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 변호사 : (증인이) 많은 경우에는 겨울에는 해 지고 나오는 경우도 많지요.]
돌아오자마자 또다른 사건이 맡겨집니다.
[손영현/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 변호사 : 오늘 저한테 국선변호인으로 제가 선정된 3건 주신거예요. {매일 새 사건을 받으시는거예요? 이렇게?} 네 그렇습니다.]
전국에서 제일 큰 서울중앙지법에는 국선전담변호인이 30명이 있습니다.
한 명이 매달 맡는 사건만 60건 가까이 됩니다.
[손영현/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 변호사 : 매달 20건씩 새로운 신건이 들어오고. 선고가 되는 사건이 또 약20건. 항상 60건의 사건은 거의 유지가 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받는 돈은 7백만 원 정도입니다.
언뜻 많아 보이지만 사무실 관리비에 직원 월급, 기록 복사비와 교통비 등을 내고 나면 얼마 남는게 없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일이 몰리다보니 사건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고 싶어도 못 합니다.
결국, 국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영향을 받습니다.
[손영현/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 변호사 : 더 많은 시간 주어진다면 당연히 피고인 한 명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국선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인원과 지원을 늘리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영상그래픽 : 김지혜·장희정)
◆ 관련 기사
노숙인도 이주여성도 '나홀로 조사'…2년 전 "수사단계 국선 도입" 지지부진
→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37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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