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근 보강하면서 ‘도색공사’로 은폐한 LH, 공기관 맞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 아파트 보강공사를 진행하면서 도색 작업을 한다는 가짜 안내문을 붙였다고 한다. 지난해 8월 파주 운정3지구에서 입주한 1448가구 규모 공공임대 아파트는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지하주차장 기둥 331곳 중 12곳의 보강 철근이 누락됐다. LH는 이 사실을 파악한 뒤 지난 7월 중순부터 슬래브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단순한 색칠 작업을 하는 것처럼 꾸며 부실시공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다.
LH는 철근 누락이 지하주차장 일부에 국한되어 있었을 뿐, 지상 주거 공간(아파트)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수를 진행하면 100% 안전하니 안심하라고 주민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신뢰가 깨진 LH를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주민 몰래 눈가림으로 보강공사를 하는 것은 불안을 더 키우는 일이다. 철근 누락으로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주민들에게 정직하게 자초지종을 알리고 주민들의 지하주차장 출입부터 막는 게 순서 아닌가.
아파트 부실은 LH가 발주한 아파트의 시공·설계·감리업체가 LH 임직원 및 퇴직자들과 유착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보강공사라도 LH와 철저히 분리시켜야 한다. 도둑고양이에게 계속해서 생선가게를 맡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철근이 누락된 LH 아파트는 운정3지구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15개 단지다. 이 중엔 지하주차장 154개 기둥 전체에서 철근이 빠진 곳도 있다. 현재 민간 건설사에서 무량판 구조로 지은 아파트는 더 많다. 준공된 단지가 188곳, 시공 중인 단지가 105곳이다. 정부는 신속하게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결과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아파트 부실시공을 정쟁 소재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지하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 시공, 부실 감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설계·시공·감리가 이뤄진 이전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관재(官災)로 판명난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던 윤 대통령이 이런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윤 대통령 발언으로 확실해진 것도 있다. LH의 보강공사 은폐나 윤석열 정부 관리·감독 미비로 발생한 안전사고는 오롯이 윤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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