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 폄훼’한 김은경 혁신위원장 사과해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청년 좌담회에서 과거 아들이 중학생일 때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 평균연령에서 여명(남은 수명)까지로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고 한 말을 소개하며 “맞는 말”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청년들과) 똑같이 표결하냐는 것”이라며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 1표 선거권이 있어 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 발언은 노년층 투표권을 비하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김 위원장은 머뭇거리지 말고 즉각 사과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아들과의 대화를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그 의사가 표시된다고 결론지었다”고 했다. 청년층 투표를 독려하자는 맥락은 알겠는데, 그러면서 노년층 투표를 제한하자는 것이 타당한가. 평균수명이 길어져 지난해 지방선거 유권자 중 60세 이상 비율은 29.9%로 늘었다. 법에 선거권 연령 하한선은 있어도 상한선은 없다.
혁신위는 김 위원장 발언이 “정치가 세대·지역·계급 간 불균형을 조정하고, 과소 대표되는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표현을 써야 했다. 노인 폄훼 발언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한데도 “구태적인 갈라치기”라고 날 세우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 여기에 양이원영 의원은 1일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김 위원장 말이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민주당은 당내 노인 차별적 발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 발언이 구설에 오른 게 처음도 아니다. 위원장 선임 직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고 했고, 당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19로 학력 저하를 겪은 학생들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치인 발언은 듣는 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언어 선택에 정치적 감수성이 부족한 건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혁신위는 지난 6월 전권을 부여받고 출범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책을 만들어야 할 혁신위원장이 당내 분란과 소모적 정쟁을 야기해 혁신 동력을 떨어뜨려서야 되겠는가. 김 위원장은 “혁신 제안을 받지 않으면 당은 망한다”고 했다. 혁신위 개혁 방안이 실행되려면 당내 개혁적인 합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러면 혁신위 말과 행동은 무겁고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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