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대재난 이후의 인간성 시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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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집에 대한 집착, 그중에서도 아파트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오는 9일 개봉을 앞둔 엄태화 감독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파괴된 서울에서 홀로 서 있는 아파트를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로, 기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 같은 재난 영화의 냄새를 풍기지만 사실은 인간 군상을 다룬, 이야기로 승부하는 영화다.
아파트에 대한 공간적 정의는 당연히 무생물 덩어리인 콘크리트가 아닌, 그곳에 사는 인간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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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공간 디스토피아 세계 그려
이병헌의 소름돋는 연기 ‘명불허전’
대한민국에서 집에 대한 집착, 그중에서도 아파트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어디에 사느냐가 신분을 결정하듯 요즘 지어진 아파트는 브랜드가 이름이 되고, 때로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이제 아파트는 ‘남’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 담장을 두른다. 아파트 ‘단지’는 하나의 작은 사회를 형성하고, ‘우리’와 그 밖의 사람들을 나누는 수단이 됐다. 아파트가 마치 견고한 성처럼 언제까지나 외부인의 침입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유토피아’처럼 보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그리는 건 재난 자체가 아니라 재난 이후에 일어나는 일이다. 극한의 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보편적 ‘인간성’을 시험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황궁 아파트’는 3층 높이로, 실제 살 수 있는 건축물에 준할 정도로 정밀하게 지어졌다. 그러나 영화에서 더 중요한 건 세트가 아니라 이곳에 사는 인간이다. 아파트에 대한 공간적 정의는 당연히 무생물 덩어리인 콘크리트가 아닌, 그곳에 사는 인간이 내린다.
영화는 재난 상황에 주민대표를 맡게 된 ‘영탁’(이병헌), 부녀회장 ‘금애’(김선영), 공무원 ‘민성’(박서준)과 간호사 ‘명화’(박보영) 부부, 10대 소녀 ‘혜원’(박지후), 반골 기질의 ‘도균’(김도윤) 등을 통해 재난 상황에 부닥친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여러 출연진 중에서도 특히 이병헌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이병헌은 바람 빠진 듯 조용히 읊조리는 말투, 어눌한 듯 보이면서도 깊은 욕망을 감춘 영탁으로 분해 스크린에 강한 힘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여러 복선을 통해 이야기의 힌트를 제공하지만, 종국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한발 떨어져 지켜보는 듯한 연출 방식은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지만, 유토피아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깊은 여운과 다양한 후기를 예고한다. 디스토피아 세계에서도 인간은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유토피아를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극한의 세계에서 선과 악, 옳고 그름은 낱말처럼 간단하게 분류되지 않는다.
휴가철 영화치고는 무거운, 그러나 좋은 이야기를 찾는 관객이라면 만족할 수 있는 영화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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