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다크 패턴
가입은 쉬운데 해지는 어렵다. 온라인에서 무언가 살펴보려다 흔히 하는 경험이다. 해지 버튼은 꼭꼭 숨겨 놓거나 아예 없다. 전화 접수만 받는다는데 해지신청 전화는 날마다 불통이다. 여북하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내가 원치 않는 온라인 서비스 끊기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몇년 전에는 해지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어느 이동통신사의 신규 가입 창구로 전화해 해지를 청하면 된다는 ‘꿀팁’이 퍼지기도 했다. 한 번 낚인 손님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온라인 업체의 필수 전략이라 해도,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소비자의 착각, 실수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유도할 의도로 온라인 업체가 설계한 사용자 환경·디자인을 ‘다크 패턴’이라고 한다. 소비자를 속여 이득을 얻는 눈속임 상술이다. 강압이 아닌 자연스러운 개입으로 더 나은 선택을 유도하는 ‘너지’와 구분된다. 온라인 쇼핑과 구독이 발달하며 다크 패턴 수법이 교묘해지고 피해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앱 중 97곳에서 1개 이상의 다크 패턴이 발견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다크 패턴 유형을 19가지로 세분해 적시했다. 법령이 마련되기 전에 업체가 먼저 개선하라는 취지다. 유료 전환·결제대금 증액 때 소비자 모르게 계약을 갱신해 자동결제하는 ‘숨은 갱신’, 오늘만 이 가격에 판다고 내세우는 ‘거짓 할인’, 팔지 않는 미끼상품으로 현혹하는 ‘유인 판매’ 등이 대표 유형이다. 취소·탈퇴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하는 ‘방해’ 유형도 횡행한다. 업체에 유리한 옵션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놓거나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는 작고 흐리게 표시하는 꼼수들도 이미 익숙하다. 업체 의도에 따르지 않는 선택을 “불편해도 혜택 포기” “비회원으로 비싸게 사기” 등 감정적인 언어로 홀대하는 수법은 저열할 따름이다.
다크 패턴은 소비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행위다. 거짓말과 그릇된 정보로 소비자 판단을 흐리고 심리적 압박까지 가해 업체 뜻대로 움직이도록 강압하는 것이다. 온당한 마케팅 범주를 넘어서는 위법적인 다크 패턴이 판치게 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의외로 많다.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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