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 아니었으면 어쩔뻔…겨우 선방한 한국수출, 하반기 괜찮아지나

7월 무역수지 16억달러 흑자
반도체 침체·對中수출 부진 속
車수출 호조세 ‘역대 7월 최대’
유가 하락에 에너지 수입 줄어
“9월 후 흑자 기조 유지할 것”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의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기나긴 무역적자를 유발한 에너지 수입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크게 줄어든 데다, 반도체 업황 침체와 대중(對中) 수출 부진에도 자동차가 호조세를 보이며 수출을 견인한 덕분이다. 게다가 반도체 산업이 점진적인 회복을 보이고 있어 연말로 갈수록 무역흑자는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6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 6월(11억3000만달러)에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48억4000만달러로 소폭 감소했다.

지난달 무역흑자의 주된 이유로는 자동차 수출 호조와 에너지 수입 감소가 꼽힌다.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6.5% 감소한 503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업황 부진에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 감소 등 때문이다. 이로써 월간 수출액도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게 됐다.

전반적인 수출 둔화에도 자동차는 두드러진 수출 실적을 거뒀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59억달러로 역대 7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5.0% 증가한 규모로 지난달 15대 주요 품목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 중에서도 전기차 수출액은 13억7000만달러로 69.5%나 급증했다. 일반기계와 가전 수출액도 각각 1년 전보다 3.2%, 2.5% 늘었다.

반면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수출액은 지난해 7월보다 33.6% 감소한 74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제품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그 중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은 36억달러로 41.7% 감소했다. D램과 낸드 고정가는 지난해 7월 각각 2.88달러, 4.49달러였지만 올해 7월에는 각각 1.34달러, 3.82달러로 하락했다. 석유제품(-42.3%), 석유화학(-24.5%), 철강(-10.2%), 바이오헬스(-17.6%), 무선통신(-15.3%) 등의 수출액도 줄었다.

지역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25.1%)을 비롯해 미국(-8.1%), 아세안(-22.8%), 유럽(-8.4%) 등 주요 지역으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특히 대중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40.8%에 달했다. 이는 전체 반도체 수출 감소율(-34%)을 웃도는 수치다. 다만,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 3월(-27억1000만달러) 이후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중동을 제외하고는 일본이 두 달 연속 최대 무역적자국에 올랐다.

지난달 수입액은 487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5.4% 감소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원유(-45.8%), 가스(-51.1%), 석탄(-46.3%) 등 3대 에너지 수입액(97억5000만달러)이 같은 기간 47% 줄어든 것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자동차의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반도체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무역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투자 유치를 통해 수출 확대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수출 향방은 반도체 업황과 대중 수출 회복에 달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74억4300만달러로 지난 1월(60억달러) 이후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면 연내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자동차·2차전지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어 다음달 이후에는 안정적인 무역흑자 흐름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