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안심 못 할 ‘안심길’…“우리 소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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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돌려차기 사건에 이어 경기 의왕에서도 여성이 귀갓길에 무자비하게 폭행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고를 막으려는 정책들을 봤더니, ‘안심’이란 이름을 붙여놓고 불안한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바닥에 안심 귀갓길 표시가 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비상벨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6월 채널A가 관리 미흡을 지적했던 서울 동작구의 여성안심귀갓길.
과연 개선됐을지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위급한 상황에 눌러야 할 비상벨 주변엔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 여전히 누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버려진 가구에 비상벨이 가려진 곳도 있습니다.
[김수영 / 서울 마포구]
"비상벨이 있는 데를 딱 가면 헌 옷 수거함이라든가 휴지통에 딱 가려져 있는 부분도 많고 눈높이도 낮게 설치되어 있어서 '어디지, 어디지' 보고 있으면 되게 아래쪽에 있고."
여성안심귀갓길 선정은 경찰이, 시설물 관리는 지자체가 하다 보니 서로 책임을 떠밉니다.
[경찰 관계자]
"폐기물 버리는 장소가 아니라면 불법 투기여서 구청 청소행정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구청 관계자]
"사업이 경찰에서 하는 거니까 같이 협업을 해야 하는 건데 이제 주는 경찰로 보시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이번엔 안심귀가 버스를 타봤습니다.
[현장음]
"버스 왔네요."
밤 10시가 넘으면 버스 정류장이 아니더라도 중간에 내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가 여성, 노약자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밤길 걷기 최소화를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하지만 해당 구간에서 기자가 하차를 요청했더니 아예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현장음]
"(혹시 안심 하차해요?) 우리는 그런 거 없어요."
도리어 화를 내기도 합니다.
[현장음]
"(여기 앞에서 내릴 수 있어요?) 여기 세우면 되지. 왜 굳이 거기에서 내려요? 지금 저기에서 내리자는 이유가 뭔데요?"
위급 상황 때 몸을 피하고 구조 요청을 하라고 설치된 안심부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부스 17개를 만들었는데 사용 실적이 없어 결국, 모두 철거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수익 사업으로 ATM기를 설치했는데 은행이 수익이 안 나온다고 해서 계약 만료하자마자 철거를 해버린 거예요."
도입 취지대로라면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해 범죄를 예방해야 하지만 은행 요청에 따라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설치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 겁니다.
[기업 사업 담당자]
"일단 은행에서 설치하자는 데를 많이 했었는데 은행에서 아무래도 사람 많은 쪽을 좋아하니까…"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 백화점 앞 큰길가에 설치된 안심부스입니다.
부스는 굳게 문이 닫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인근 시민]
"굳이 여기에 필요한 구조물인가 싶기도 하고. 또 막상 설치는 해놨는데 쓸 수는 없으니까 사실 있으나 마나이기는 하죠."
[장다혜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업의 효과성이 있는지를 타진해봐서 이걸 더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가져갈지 (결정)해야 되는데 그때그때에, 그 한 해의 사업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하니까…"
정작 만들어놓고 관리나 지속은 안 되는 여성 안전 대책.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아닌, 실효성 있는 긴 호흡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김승규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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