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학자 “LK-99, 상온 초전도체 가능성” 시뮬레이션 공개 …“실험으로 검증될 때까지 지켜봐야”

이병철 기자 2023. 8. 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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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이드 그리핀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원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
전자 에너지 페르미 표면 수준으로 나타나
초전도 임계 온도 높다는 의미로 해석
시뮬레이션으로 임계온도 예측 성공한 적 없다는 지적도
전 세계 연구진 실험 검증 중
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는 모습. 국내 연구진이 최근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찾았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물리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탁

국내 민간연구소인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양대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한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가 높은 온도에서 실제 초전도성을 가질 수 있다는 해외 연구진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지난달 말 상온 초전도체 개발을 주장한 이후 세계 과학계에서는 이를 증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첫 번째 검증 결과다. 그러나 이번 분석이 실제 실험이 아닌 시뮬레이션 결과인 만큼 여전히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네이드 그리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원은 지난 달 31일(현지 시각)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의 구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존 초전도체들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리핀 연구원은 미 에너지부의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LK-99의 전자의 구조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국내 연구진이 주장한 LK-99의 원자 배열에 따라 전자의 조건과 위치를 분석했다. 국내 연구진은 LK-99를 이루는 납의 일부가 구리로 바뀌고 부피가 0.5% 수축하면서 상온 초전도성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LK-99에서는 페르미 표면 현상과 비슷한 수준의 전자 에너지 상태가 확인됐다. 페르미 표면 현상은 고온 초전도체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초전도성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BCS(바딘-쿠퍼-슈리퍼)이론’에 따르면 전자의 에너지 수준이 페르미 표면과 가까울수록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임계 온도는 높아진다. BCS는 1957년 초전도 현상을 설명한 존 바딘, 리언 쿠퍼 등의 이름을 딴 이론이다.

그리핀 연구원은 “대량의 초전도 샘플을 얻기 위해 물질 합성 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지만, 새 물질이 높은 초전도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흥미로운 이론적 징후를 보여줬다”며 “추가 조사에 박차를 가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과학자가 이번에 국내 연구진의 상온 초전도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실제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실험 결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온다. 한편에선 시뮬레이션 결과로는 초전도체의 임계 온도를 계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창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시뮬레이션으로 새로운 초전도체의 임계 온도를 맞춘 사례는 단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험 결과를 보충하는 용도로 시뮬레이션을 사용할 수 있지만, 단독으로 계산했을 때는 신뢰성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LK-99가 실제 상온 초전도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실험을 통해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연구진보다 앞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연구 결과 중 일부는 실험 과정에서 초전도성이 재현되지 않아 학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실험을 통해 LK-99가 상온 초전도체인지 검증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중국과학원·난징대·베이항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험으로는 아직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가능성을 보인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김 교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연구진이 개발한 물질을 직접 만들어 다른 연구자에게 제공하고 이를 검증하는 것”이라며 “이는 가장 논란이 없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납 기반 물질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납을 이용해 상온에서도 초전도성을 가지는 물질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인산구리를 925도의 고온에서 10시간 구워 얻은 물질을 산화납, 황산화납과 섞어 다시 725도에서 24시간 반응시켰다. 그 결과 납을 기반으로 하는 아파타이트(apatite)라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아파타이트 구조는 육각 기둥의 모양으로 원자가 배열이 반복된 형태다.

아파타이트 구조는 원래는 납 원자 10개로만 만들어지면 대칭 구조를 갖는데, 납-아파타이트 구조는 비대칭적인 형태를 보였다. 일부 원자가 구리로 바뀌면서 형태가 일그러진 것이다. 그 결과 부피가 0.48%가 줄며 수축이 일어났고, 그 결과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분석 결과에 따라 추가 검증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다른 연구자들의 추가 검증 분석 결과들도 추가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arXiv(2023), DOI: https://doi.org/10.48550/arXiv.2307.16892

arXiv(2023), DOI: https://doi.org/10.48550/arXiv.2307.12008

arXiv(2023), DOI: https://doi.org/10.48550/arXiv.2307.12037

Science(2023),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k0021

Nature(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742-0

arXiv(2023), DOI: https://doi.org/10.48550/arXiv.2303.08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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